고개도 못 들만큼 더워서 냅다 셔터를 눌렀는데

[평일의 의식의 흐름. 여름] #7

by 임재훈 NOWer


#summer #7 A7C00930.jpg
#summer #7 A7C00931.jpg


외출할 때 습관적으로 미러리스 카메라를 챙긴다. 비싸게 산 거라, 수시로 들고 다니면서 뭐든지 촬영해 녀석이 최대한 값어치를 다하도록 닦달하려는 심산이다. 한여름 작열하는 낮시간에도 기어이 카메라를 걸머메고 걸으러 나간다. 본체 무게는 미러리스 치곤 가벼운 500그램 정도. 하지만 내가 애용하는 50밀리미터짜리 렌즈가 약 800그램이다. 1.3킬로그램짜리 기계를 스트랩으로 결속해 목과 어깨에 번갈아 매달고 걷기란 상당히 성가시다. 내 보폭에 맞춰 끊임없이 묵직한 게 덜렁거리는 탓이다. 목에 걸면 내 명치와 복부를, 어깨에 메면 갈빗대를 툭툭 친다. 한참 걷다 보면 아무래도 통증이 생긴다. 내 것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본체와 렌즈를 그야말로 온몸으로 이고서 집요하게 피사체를 좇는 전문 사진가 분들께 저절로 경의를 표하게 된다.

두피와 이마에서 뚝뚝 돋는 땀방울이 시야를 가리던 어느 오후. 관성의 법칙에 잘도 순응하더니 내처 중력과도 한 편을 먹어 버린 카메라가 내 상반신을 무자비하게 땅바닥으로 끌어내렸다. 곡읍하듯 허리가 접히자 머리칼에 맺혀 있던 체액들이 쫘르르 흘러내려 안경을 흥건히 적셨다. 짧은 순간이지만 어마어마한 짜증이 솟구쳤다. 그래서 냅다 셔터를 눌렀다. 뭘 찍는지도 안 보고(어차피 땀 때문에 보이지도 않았지만) 손가락만 세차게 놀렸다. 말 그대로 앵거 핑거(anger finger). 그날은 집에 돌아와 SD카드 확인도 안 했다. 당분간은 카메라 따위 거들떠보지도 않을 작정이었다. 그러고서는 수일이 지나 사진들을 확인했다. 내가 가장 불쾌한 순간에 포착된 이미지들. 이렇게 말하면 정말이지 싱거운 인간 같겠지만⋯ 그 사진들이 썩 마음에 들었다. 잔뜩 신경질을 부리던 땀벌창 어른이 구부정히 멈춰 있던 자리. 다시 보니 태연자약하기 그지없다. 저런 데서 그러고 있었다니, 정말 웃기는 어른이로군 그래⋯⋯.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

- 저자 소개. 포트폴리오 / 인스타그램


※ 『평일의 의식의 흐름』 브런치북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편으로 분재됩니다. 각 계절당 25편의 글과 그보다 많은 사진들을 실을 계획입니다. 혹시 모를 무단 전재 및 배포 행위를 예방하고자 브런치북에는 원본 사진이 아닌 해상도(용량)를 줄이고 텍스타일 효과를 입힌 사본을 게재합니다. 추후 출간 작업이 진행되면 출판사와 원본 사진들을 공유할 계획입니다.

이전 06화우기철 보랏빛 저녁 하늘에 대한 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