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부터 정하는 관계

아이들과 산 하루

by Juhjuh

여러 선생님들의 교실에 들어가 참관을 하며 영감 받은 것 중 하나가 정해진 프로그램을 아이들에게 습관처럼 일깨워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이 첫수업에 꽤 거리있고 엄격한 선생님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규칙을 가지고, 일깨워주는 것 만으로도 무엇을 지켜야하고 아닌지 아는 것 아닌가. 이전까지의 수업에서 나는 왜 그토록 자율성을 믿었는지, 왜 그토록 내 에너지를 이 규칙을 습관화 시키지 못해서 고생했는지.. 그때 날려버린 에너지 (다른 말로 늙혀버린 내 생체리듬..)를 생각하면 허탈한 마음도 든다.

바이올린으로 화음을 쌓아 짧은 멜로디로 이름을 서로 익히고 (Bonjour les enfants), 수업시간에 지켜야 할 규칙을 각자에게 이야기하도록 시켰다. 아이들은 아직 순수하고 선생님의 인정이 중요하니, 되도록 빡세고 엄격한 규칙을 강도있게 내뱉는다. 그리고 근엄하고 진지한 표정을 보인다. 이전까지 가장 어린 아이들을 가르쳤고, 갑자기 새학기 다 큰 애들만 가르친다고 생각해서 긴장했는데, 여전히 ‘아이들’이라 안도도 되고 기뻤다.

아이들 바이올린 크기를 확인하고, 정리하고. 어느정도 빡센 선생님 버전이 먹힌거 같기도 하다. 감기가 들락말락하니 목이 아파서도 그랬지만 속삭이는 듯한 작은목소리에 아이들이 더 집중하는 것 같다.

교실이 없어 어쩌다보니 카렌 수업을 둘이 같이 하게 되었다. CP 수업을 참관하는 것처럼 되었는데, 늦게 시작하기도 했고, 정신없는 십여분에 이상한 아틀리에가 되었다. 15:30에 만난 아이들은 아주 퇴근직전 상태였는데, 그들을 만나자마자 목소리에 힘주고 말하고 잘못한 것을 일일이 짚어주고 끝내야했다.

좀 과장해서 말해 아이들이 하고싶은대로 하게 내비두다가 이젠 까다로운 사람처럼 구는게 내 스스로도 좀 웃기다. 그러나 나를 위해서, 그들을 위해서 최선 같다. 제대로 정리된 관계와 규칙속에서 우리는 또함 자유를 누릴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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