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교 사진촬영이 있었다. 사진의 주인공들인 아이들은 몇일전부터 입고올 옷 색을 이야기하곤 했는데, 오늘 첫 수업이었던 그룹에 아이멘은 흰 와이셔츠, 검은바지, 검은 신발에 빨간 넥타이까지 갖추고 왔다. 연주하기에 괜찮은 복장이었고.. 사진 찍을 생각에 흥분해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 모습이 꽤 귀여웠다.
막심 클래스 애들이 5분이 지나도 오지 않아 찾아가니 아예 까먹고 있었다. 악기도 준비해놓지 않았고,까먹은 내색도 없었다. 오히려 내가 민망한 얼굴로 “저기 수업 오분 전에 시작했어야했어. 다음번엔 준비시켜줘.” 라고 하니 “나 화요일은 정신이 나가 있어”하더라. 그래서 정신 바짝 드는 공명으로 박수를 몇번 쳐주었더니 알아들은 너낌…
오늘 나를 일깨워준 두 소리가 있었는데, 첫번째는
오후 수업을 하는데 옆방 보리스가 만 육세를 상대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이나 현란한 스피카토가 잔뜩 들은 곡을 연주하는 소리이다. 처음엔 애들이 없어서 연습하는건가 싶을 정도로 길고 심각한 곡들이었는데, 그럴 능력이 되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음악 소리를 들어서 그런지 파티마가 “주현, 바이올린 연주해 줄 수 있어?” 라고 했다. 그래. 듣고 싶은 마음, 들려줘야 하는 의무도 그 시간에 포함되어있어야 되는 것이다. 나의 연주생활과 가르치는 일 사이의 분리는 이렇게 줄일 수도 있는 것이다. 활긋기와 음정 잡아주기를 떠나 내 연주를 들어줄 관객을 하루종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 시간을 나도 이용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스스로를 테크닉만 가르치는 사람으로 가두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
그나저나 인디언처럼 이마에 송진 묻히는 얘네 혼내야하는데 웃기자나..
두번째 소리는 이레네와 함께한 demos 아뜰리에에서 왔다. 그녀와 함께 아뜰리에를 하고, 정신없는 우리 막심과 띠에노 덕분에 아뜰리에 끝에 긴 충고를 들었고.. 그녀가 “주현 아주 좋은 바이올리니스트야. 근데 너네 집중안하고 배우면 매번 아주 조금씩만 배우면 너무 아쉽지 않니? 너네 지금 이 기회 있는거 정말 엄청난 거야.. 너네 지금 너네가 가진 가치를 모르는거같아.” 라고 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사회 프로젝트. 아이들은 어떠한 물질적 부담 없이 이 프로젝트를 참여한다. 바이올린도 다른 악기들도 받고, 멋진 음악가, 무용가, 성악가, 작곡가, 지휘자들이 준비한 밥상을 맛있게 먹으면 되는데 그걸.. 모른다. 근데.. 그걸 알면 그들이 애들인가. 그리고.. 이 프로젝트들이 그들에게도 재밌을까…
사회 예술 프로젝트에는 큰 이상과 현실의 격차가 존재한다. 의미에 가치를 두는 것을 잃지 않으면서 현실감있게 프로젝트의 시간을 채워나가는게 필요하다. 그것은 그들을 위한 프로젝트이면서 동시에 나를 위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