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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산 일주일

by Juhjuh

에끌레뮤지까의 10주년. 101명의 모임.



잔이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지 알기에, 죄책감과 부담감을 안고 간 캠프. 새벽 네시반에 일어나, 디즈니가 있는 역에 가서 아침 일곱시 기차를 타고, 마르세유까지 세시간, 마르세유에서 aubagne까지 사십분. 12시에 도착해 예기치 않게 역 앞에 나와 기다려준 Anne 을 만나 720제곱미터의 고도를 향해 꼬불꼬불 오르기 시작한다. 30분 정도만에 도착했는데, 이상하게 그 울렁거리는 길에서 미식거림이 없었다. 도착한 pastorale엔 내가 3등.. 앞서 안과 장막이 와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방 문앞마다 이름표를 붙이고, 웰컴 선물과 이름표를 준비하고, 하나둘씩 모여드는 사람들 중 안면이 있는 사람들과는 조금 더 친숙하게, 새로만난사람들과도 처음이 아닌듯 인사를 나눴다. 첫날은 정신이 없었다. 내일 아침부터 시작되는 합창곡 악보를 파일에 순서에 맞춰 구멍을 뚫고 정리해야했는데, 삼천장이 넘었다. 종이를 보면서 울렁증이 있었다. 오랫만에 만난 아폴린은 내 옆에 앉아 작업을 도와주었다. 이 시간덕분에 에스델과 샤리티와도 조곤조곤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첫날 저녁엔 무엇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우리집 안 오프만이 멋지게 캠프 연사를 해준 것이 기억이 난다. [옛 찬송과 새 찬송]이란 무엇을 말하는지, 여러 시각에서 생각해보게해준 질문과 문장들이 있었다. 같은 방을 쓰게 된 까미, 아폴린, 그라스, 마리엘렌, 폴로리안, 로리 나까지 일곱명이 쓰는 큰 기숙사 ! 코고는 밤이 두렵다 !



2년마다 주최되는 에끌레뮤지까의 가을 캠프는, 내가 얼마나 불어가 늘었는지 경험하는 시간이기도 하다.ㅋㅋㅋ 마지막날 대화하게된 마리프랑스는 2017년에 오고 오지 않았다고 했다. 내게 '너 그때 불어 많이 어려워했었는데'라고 이야기하였다. 나는 그런지 몰랐는데, 그들은 알았군 하하하



우리세대보다 다음세대와 이전세대가 더 많았다.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내 또래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기도했고, 나도 더 나다운 시간을 오히려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프로그램으로 매일 아침 어른들에게 주어진 묵상의 시간엔, 어린이 합창시간이 있었다. 에스델과 안이 그 시간을 담당했는데, 보조 교사로 갔던 나는 사실 보조교사보다는 에스델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바라보고 영감을 받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의 언어로 발성 연습하기, 가사에 대한 설명, 따뜻하고도 단호한 가르침이 인상적이었다.


까미가 첼로, 레아와 에바가 바이올린을 하여 내게 그들의 연습이 맡겨졌었다. 평소에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다는 아니지만) 보다도 더 진지하고 열심으로 음악을 대해서, 내가 적당히 하자라고 발을 뺄 수 없었다. 점심시간부터 오후 네시까지 있던 쉬는시간의 절반은 늘 그들의 요청으로 연습을 해야했다. 그 세명 말고도, 같이 합창을 하고, 다른 악기를 다루는 아이들이 우리 연습시간에 몰려와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냈는데, 내 악기통에 있는 바로크활도, 브릿지에 걸려있는 뮤트도 관심을 보여 여러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는데, 루이즈가 그런 나를 보며 '꼭 프로 바이올리니스트같아' 라고 했다. 하하하



Marc dirlewanger와의 합창 시간은 행복했다. 단순한 스케일에도 한음마다 의미가 담긴 화성이 진행되어 행복했다. 슈비두와를 외치며 왼발 오른발을 들썩이는 긴장 푸는 연습도 좋았다. 짧은 음악에 여러 가사가 붙은 찬송가를- 어떤 가사에서 다르게 표현해야하는지,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잘 알고 맛있게 요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하루에 세곡씩, 아홉곡 정도를 배우고 연주했는데, 첫날 배웠던 bénédiction이 너무 행복하고 마음에 꼭 닿는 찬양이었다. 후에 막에게 너무 좋다고 하니 'merci'라고 답하는게 아닌가. 알고보니 그가 쓴 곡.



오케스트라 첫 연습은 재앙적이었다. orateur인 Chris 가 작곡한 곡 Vétu en Christ와 Bach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중 심포니를 연주하기로 했는데, 내가 그 곡 하자고 했는데, 오케스트라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읽은 첫 시간이.. 모두에게 충격으로 남았던 것던 같다. 14살 사무엘은 입이 쭉 나와 '아니.. 이 곡 어려운데, 재밌지도 않어.' 라고 대놓고 못을 박았다.



사무엘네 가족들은, 음악가 가족이었는데, 아주 젊은 엄마 소피와 아빠 프랑크가 각각 클라리넷과 피아노, 첫째 샘이 바이올린, 둘째 셀리아가 하프, 셋째 끌레멍이 오보에, 넷째 아나가 플룻을 하는 가족 오케스트라였다. 부모가 네 자녀와 함께 음악을 하는것, 아이들과 나이차이가 얼마 안 나는 부모인것, 흑인인 것.. 그 모든게 신선하고- 멋졌다.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나. 찬양을 부를 때, '생각하라'는 메세지가 있었다. 찬송은, 성경을 자신의 언어로 노래하는 것. 의미가 있고, 내용이 담긴 가사여야한다는 것. 아름다운 멜로디가 있지만 별 내용이 없는 가사는 너무 위험하고 안타깝다는 것을 오래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직장에서 아이들과 배우는 노래를 생각하게 했다. 악기를 가르치는 데에 사용되는 가사들이라 하더라도, 더 의미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



크리스가 예를 들며, 목사님 설교중 기억나는 구절을 이야기해보라 하였다. - 결코 우리는 기억할 수 없다는 것-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노래 라는 것이다. 음악이란, 기억하는 노래라는 것이다.

시편은 3500년 전에 지어진 오래된 역사이며, 보물이며 오래된 아름다운 노래라 하였다. 다른 여러 세대가 불러온 노래이며, 40%가 슬픔을 부르짖는 노래라 하였다. 시편을 보면서, 우리는 하나님께 분노하고 울부짖는 기도를 할수 있으나, 기도를 멈추면 안된다고 말한다. 그 거대한 슬픔과 갈등은 마치 하나님의 일을 더욱 광활하고 경이롭게 보게한다며 시편 55:23절 말씀 (그러나 하나님이여, 주는 그들을 멸망의 구덩이에 던져 넣으시리이다 피를 흘리고 배반하는 자들은 그들의 날의 절반도 살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을 믿을 것입니다.) 과 Jean Guichard의 lighthouse의 그림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슬픔, 그것은 이 그림의 한 조각만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는 비유가 좋았다.


금요일, 공연의 날엔 산에서 모두 내려와 1시간동안 차를 타고 Toulon에 가서 concert spirituel은 꽤나 즐거웠다. 200명쯤이 수용되는 교회공간에, 공연을 보러 온 관객도 가득했다. 아이들이 시작해 혹시 연주중 빨라지거나 놓칠까 옆에서 계이름을 불러 연주마쳤고, 첫번째 합창 곡 반음 올리기 미션에서.. 반은 올리고 반은 그대로 부르는 참사, (아이스브레이킹...ㅋㅋㅋ) 바흐 곡에서 푸가 부분 길을 단체로 잃었다가 재현부에서 다같이 되찾은 감사.. Il me gardera를 에스델과 듀오로 바이올린 연주하며 충만함이 있었던 것 등.. 연주회가 긴 여행 같았다.



지난 일주일은 100명과 함께하지만 그리 넓지 않은 공간과 시간, 아직도 아주 넉넉히 편하지 않은 불어, 피곤하니 생각나지 않던 단어들, 슬리퍼 없어 운동화 신고 샤워실에 가야했던 것, 따뜻한 물은 한참 기다리거나 쫄쫄쫄 나왔던 것... 우리 집 샤워부스가 그리웠던 시간..그러나 충전할 곳이 방안에 없고, 인터넷도 식당에서만 되는 시간이 생각보다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우리를 묵묵히 섬겨주던 뚤롱 교회 사람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받았고, 어른들이 들려주는 자신의 삶에 있던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들으며 위로도, 질문도 생기던- 값진 시간이었다.



특히 파리 아니면, 무슨일을 하고 사나 하고 틀에 박혀있는 내 생각이 좀 변화하던 시간이기도 했다. 자연에 가까이 살면서, 풍성하고 적극적으로 사는 이들의 모습(anne rohan)을 보았기 때문이다.

벨기에에서 학교를 운영하는 베네딕트가 캠프가 끝나고 가는 길에 연락이 왔다. '주, 우리 학교에 와서 음악 프로젝트 하지 않을래?' 야호 신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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