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사가 내게 수업 시작전에 “자연과 관련된 곡 연주해줄 수 있어?” 라고 물었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숲 소풍을 생각했던터라 비발디 가을을 연주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내가 무언가를 연주해줄 것을 알았던 마에사가 연주를 요청하니 기뻤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일일 담임선생님 체험이랄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모두 소풍을 가서 수업이 없었는데, 나도 소풍에 같이 가게되었다. 평소보다 한시간10분 일찍 가야했기에 5시에 일어나야했다. 저녁까지 수업이 있어서 무리라는건 알았는데, 좋은 시간일거 같았다. 아이들이랑 다르게 만날 수도 있고, 같이 일하는 교사들이랑도 더 알아갈 수 있고, 또 내가 좋아하는 공원이었으니까.
소풍 전날 들뜬 아이처럼 나는 잠을 잘 이루지 못했고, 새벽 세시부터 깨어 비몽사몽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마침 각 클래스에 담임 포함 두명 이상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엘로디 클래스는 아무도 도우미가 없었다. 그래서 갑작스레 여섯명의 아이들의 오전 반나절 담임이 되었다. 나는 그저 따라가면 될 줄 알았는데 여러 갈랫길에서 아예 따로가자는 그녀의 당혹스런 제안과.. 그 산책길엔 아이들 여섯명과 나뿐이었다. 여러 색의 식물을 찾고, 동물을 찾고, 나무를 그리고, 쓰레기를 찾고 (미하일 눈이 너무 좋아 깜짝놀랐다. 쓰레기를 줍는게 어닌 찾는 미션은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그 과정에서 앞서가는 아이들때매 시도때도없이 우는 미하일.. 쓰레기가 안보인다고 (미션을 못하는..) 화나는 호슈빈, 버섯을 찾은 일리아스, 표정 연기를 맛깔나게 하는 (엄마 상상가능) 사라, 과자 주는 줄 알았는데, 너 먹지말고 까달라는 할릴, 힙합퍼처럼 춤추는 아마엘까지.. 혹이 앞서 뛰어가거나 뒤에 쳐지거나 하면 여전히 여섯명이 맞는지 세느라 정신이 없고, 숨바꼭질을 하자는 애들한테 그것만은 절대안된다고 하는 나는 정말이지 아이들을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에서 교사일때도 담임을 해보지 않았는데, 여기서 해보다니.. ‘일일 담임 해보니 어때’ 하고 묻는 엘로디에게 한번으로 됬다 라고 답했다..
아이들은 참 예쁘다. 담임선생님이 누군지에 따라 아이들의 성향이 다르다는 것도 느낀다. 매일 가까이 보는 그들의 모습을 흡수하는것이겠지. 나도 그들을 많이 보니까. 사랑 많이 표현하고, 가르쳐주는 사람으로 남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