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가 없어서 교통 카드를 충전하지 못한지 삼일차.. 커다란100유로 지폐는 교통충전기계에게도 넘 부담스런 금액이다. 최대 현금은 20유로까지. 오늘은 무조건 충전해야한다!
마침 수표를 넣으려 은행에 간김에 현금을 바꿔달라고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줄은 왜이리 길고 상담은 오래하는지. 점심약속 시간이 멀지않아 기다릴 수 만은 없다. 뭐 이것저것 사야하니 franprix에서 치약 물 페트 두병, 계란 여섯알을 담아 계산대에 섰다. 아침 열시 반. 내가 내민 50유로에 점원이 화가 났다. 이렇게 이른 시간엔 우리 현금이 없어. 오후에 와야지. 결국 계산은 여차저차 되었는데 아직 열리지 않은 계산대 현금수납고를 세 곳 열어서 내게 잔돈을 줄 수 있었고, 내 뒤로는 세모 눈들의 아저씨 아주머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얼굴이 화끈화끈..
그래도 모자란 현금.. 여전히 내 지갑에 애물단지 100유로를 깨러 고개를 돌려 제일 가까운곳에 약국이 눈에 들어왔다. 약국에서 뭘 살게 있나 하다 지난달에 다 해치운 비타민이 떠올랐다. 사기전에 내가 현금 백유로가 있는데 이걸로 계산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가능하다며 뭘 그런걸 묻냐는 말투로 대답했디. 내가 내민 백유로를 빛에 비춰보며 진짜 돈이 맞는지 확인해보았다. 매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그는 확인을 마치고 내가 원하던 대로 20유로 10유로 5유로로 골고루 바꿔주었다. 부탁하지도 않았지만..
결국 통상되는 돈은 20유로 까지인것 같다. 50유로 이상의 금액을 현금으로 지불하는 사람들이 소시민 동네에선 드물다.한국은 그래도 오만원정도는 드물지 않게 가지고 다니지 않은가? 이러다 언젠가 지폐도 없어지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미국 현금지폐 개혁(?)에 한국 여성 장애인 얼굴을 넣는다는 멋진 소식을 들었다. 아주 당장 현금이 없어지진 않겠군 싶다.
Nolwenn 알토 드디어 안녕.
6월부터 우리집에 머무르던 놀웬의 비올라가 드디어 주인을 찾아간다. 지난 5,6월에 있던 연주에서 비올라를 연주하겠다고 겁없이 용기를 냈던기억. 연주하지 않고 케이스에 담겨있던 비올라는 여름과 가을, 초 겨울을 겪는 사이 라 줄이 끊어지더니 몇주 지나 솔도 끊어졌다. 라는 새로 사서 끼워두었는데, 솔을 사기엔 부담이.. 결국 내가 쓰던 바이올린 솔 줄을 끼워넣었다.
고악기들은 손이 많이 간다. 오래 방치한 모던 악기들은 종종 케이스에서 열어보았을때 고대로 있어서 놀라기도 하는데, 반면 고악기들은 오래 방치하면 방치한대로 되돌리기 힘들고, 사용하는대로 소모되는 부분도 크다. 이런 예민한 악기가 싫기보단 인간적이라 느껴진다.
놀웬의 꼴로인 Brigitte 연극 무대예술가라 했다. 행위예술을 전공했고,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전에 몸으로 표현하는 연극을 한다고 했다. 어디나라 사람이라는 질문에 자신은 ‘아마’ 오스트레일리아 사람 이라 했다. 아마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람인 그녀는 그것이 전혀 자신이 되는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어제한 잡채에 가져간 리조또 쌀로 밥을 해서 잡채밥을 먹었다. 놀웬은 한식을 한번도 먹어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가 겪고 다녀온 멕시코, 인도, 아프리카, 레바논보다 먼 한국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한국 드라마나 케이팝을 모르는 그녀가 오히려 좋았다. 엊그제 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는 영화를 보지 않은지 5-6년이 되었다며, 그 시간을 다른이와 나누는데에 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것이 내게 크고작은 울림이 되었다.
점심을 뒤로하고 Chloé와의 약속을 위해 나선다. 그녀는 라오스 아빠 프랑스인 엄마를 출신이라 했다. 내게 몇살이냐 물었고, 나와 12살 차이가 났다. 한참 애띤 얼굴에 대한 궁금증이 내편에서도 풀렸다. 나이 불구하고, 음악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에 있어서는 편안했다. 다음주 월요일에 있을 피아노포르테 수업 전에 방학일때 한번 맞춰보자고 한 것. 그녀는 첫 연습에서 나와 매우 다른 템포로 연습을 해왔는데, 다른 앨범을 들어서 였고, 그녀는 모던 피아노 아닌 피아노포르테로 들었다. 그게 더 authentic한 거니까. 어쩌면 그녀가 한 템포가 더 맞을 수도 있다. 알레그로 모데라토는 알레그로보단 모데라토에 초점을 맞춘 연주 같았다. 음악원에 있는 피아노 포르테는 건반과 소리가 꽤 가벼웠고, 슈베르트가 태어나기 10,15년 전의 악기이고, 슈베르트도 이런 종류의 악기를 사용했을것이라는데, 원하는 소리를 찾기 쉽지 않다. 슈베르트님, 어떤 소리를 찾고 싶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