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의 탄생

공작선인장 개화

by 다섯손가락

드디어 공작이 깨어났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연분홍과 진분홍 두겹 날개를 활짝 펴고 깊은 속내를 열었다. 애기 솜털만큼이나 보드랍고 연노랑 꽃술을 달고서. 열두 폭 치마를 한껏 두르고 화려한 화관과 연회복까지 걸친 파티장 공작 부인의 우아하고 당당한 기품.


이 한 송이를 만나기 위해 그토록 많은 날들을 기다리고 기다리며 지샜단 말인가. 네 해 전 나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섰을 때 한 번도 키운 적 없이 첫 아이를 맞이하는 에미같은 마음으로 덥석 안아 들였다. 사계절 햇살과 아침 저녁 눈인사. 영양제를 대신하여 쌀뜨물로 간간이 입맛을 돋구고, 윤기 자르르 흐르도록 잎 매무새 매만지며 지낸 날이 찰칵찰칵 슬라이드로 지나간다.


주인 닮아 성질도 급하지. 아침까지만 해도 요염한 자태로 두 손, 두 다리를 요리조리 포개고만 있더니만. 집 안에 홀로 두고 들로 산으로 싸돌아댕기다 온 에미한테 반항이라도 하듯, 기척도 없이 몰래 혼자 파티를 즐기고 있다. 이른 아침마다 귀가 따갑게 짖어대는 직박구리 노랫소리가 너무 요란했을까.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게발선인장이랑 경주라도 했을까. 아니다, 아니야. 더 이상 감출 수도, 참을 수 없어 터져버린 연분홍 첫사랑이야.

공작 탄생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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