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진솔하게
초고완성.
요즘 내게 가장 촉박한 일이다.
초고 다섯 개 안팎만 채우면
한시름 놓고 편할 시점인데
그걸 못하며 버둥거리고 있다.
그 다섯 개 채우기를 미루는 게 벌써 두 달째다.
송년회, 종강 여행 이후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었다.
무한대로 주어지는 자유를 감당할 만한
주체적인 인물은 아직 못되나 보다.
최근처럼
연이은 집안 행사와 장시간 연수로 마음이 번잡해지면
글을 쓰려는 시도도 하지 못한다.
결이 완연히 다른 사람을 만나고 나면
일상생활을 회복하기 참으로 힘들어진다.
어수선한 머릿속 생각과 케케묵은 기억들이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일상을 휘젓고 다닌다.
최소 일주일이다.
마음을 추스르고 일상 회복이 이토록 힘드니,
최대한 멀리 거리를 두고 지내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매번 하게 된다.
초고.
쓰려는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단지 혼자서 쓰는 시작이 어려울 뿐이다.
어쩌면 글감이 아직 홍시처럼 바알갛게 익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아니면, 좀 더 나은 글감을 고르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초고를 마치면 퇴고 이후 엄마 이야기는 끝낸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나의 발걸음을 머뭇거리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쓰기를 시작했다가 읽기를 배운 시간’이라는 게
지난 육 개월 프로그램 후기였다.
그러니 읽기 시즌임은 타당한 핑계다.
어설프게 썼다가 자괴감에 빠지거나
다시 새로 쓰는 걸 피하기 위한 두루 읽기라는 변명이다.
게다가 요즘은 필사 팀, 러닝, 초청 강연... 수없이 많은 프로그램이
쓰는 만큼은 아니지만 듣는 재미로 유혹하며 달려드니
마음 뿌리가 약하고 얕은 나는 금방 흔들리고 만다.
첫 책 쓰기는 특히 힘들다고 했다.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그럴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하여 후회를 덜 남기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읽기 중심 일과를 기록한다.
신달자, ‘엄마와 딸’은 수필 모음이다.
시인의 문체라 운율을 살리거나
산문 같지 않은 면모가 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너무나 솔직하게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이다.
바쁜 일상 때문에 엄마를 대문 밖으로 밀쳐 보내면서
만 원짜리 한 장 던져준 사연이라든지,
재벌의 아내였지만
딸들을 키우며 힘들게 살았던 이야기라든지,
'니는 될 끼다'를 반복했던 어머니 주문같은 격려라든지...
나의 이야기에서도 이런 진솔함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매일 쓰기를 쉬지 않는다는 점에 의미를 두며
오늘은 여기까지.
* 오늘의 지침
- 매일 쓰기
- 진솔함 더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