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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손가락 Jun 03. 2024

검은 여우

아홉 살 소년이 지켜낸  생명

<검은 여우>

1)분량은?  73397 글자.


1.나쁜 소식 

- 5년 전 여름, 아홉 살 나(톰)는 가기 싫은 이모집 농장에 가게 되었다. 동물을 싫어하고 농장이 싫은데도 엄마의 유럽 여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양보하게 된다. 

2.괴로운 이별 

– 농장에 가면 절친 피티와 헤어져 지내야 하고, 어느 할머니 집 비밀 방도 구경하지 못해 속상하다. 뭐니뭐니해도 농장에서 길을 잃거나 동물들과 지낼 일이 걱정이다. 

3.외톨이가 되다 

– 부모님은 밀리 이모집에 나를 데려다 놓고 떠났다. 혼자 산책하면서 친구 피티의 손금 개수로 수명을 걱정하던 때를 생각한다. 의젓하게 견디지만 외롭다.

4.낯선 곳에서 

– 나는 이모집 이층에 짐을 풀고 이모는 형들이 뻔질나게 탔던 나무를 타지 말라고 경고한다. 텔레비전도 없고 또래 친구도 없는 낯선 곳에서 입이 짧은 나는 낯선 음식에 적응하지 못하며 ‘피티 버키스 표 특별 요리’와 피티를 그리워한다. 

5.검은 여우 

– 피티의 편지를 받고 언덕 너머 시냇가 바위 옆에서 답장을 쓰다가 검은 여우를 발견한다. 검은 여우는 4미터 앞까지 다가와 코를 바르르 떨고 분홍빛 혀가 보일 정도로 입을 벌리고 돌아간다. 온 세상을 바꿔 놓을 한 단어 ‘여우’라고 생각함.

6.헤이즐린 누나

- 헤이즐린 누나한테 이웃집 헌터 아저씨가 여우를 잡았던 이야기, 어떻게 여우를 잡는지 방법을 듣는다. 누나의 남친 미키의 할아버지가 쥐소리로 여우를 잡는 것까지도. 이모가 권유하는 책을 읽지 않고 시냇가 바위에서 여우를 기다린다. 

7.들판에서 만나다 

– 들판 그루터기에서 들쥐를 잡는 검은 여우를 만남.

8.숲 속으로 따라가다 

– 검은 여우를 좇아 숲속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판 암소를 피해 도망친다. 헤이즐린 누나한테 검은 여우에 대해 말했으나 관심이 없고 이모부한테 물어보라고 함.

9.프레드 이모부 

– 이모부는 붉은 여우보다 검은 여우가 더 영리하고 희귀하다는 설명한다. 절친 피티한테서 52개의 설문이 적힌 장문의 편지를 받고 기뻐함. 검은 여우를 한 번 더 보고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대로 흐뭇하다.

10.검은 여우를 찾아서 

– 길고 무더운 여름날 오후 어느 골짜기에서 검은 여우를 세 번째 만남. 하늘을 나는 기계를 발명한 천재 할아버지 이야기 상상이 끝날 즈음 나타남. 서로를 바라봄. 여우굴을 지켜주기 위해 절대로 찾아오지 않으리라 다짐함. 모두 열다섯 번 여우를 만남. 마지막은 가방에 표시하지 않음. 너무나 고통스러웠으므로. 

11.비극이 시작되다 

– 저녁 무렵 연못에서 헤이즐린 누나와 물놀이를 마치고 얼굴 가득 웃음을 함빡 머금고 잘 무렵 여우에게 비극이 시작되고 있었다. 

12.한 가지 두려움 

– 칠면조와 알, 암탉까지 잡아간 검은 여우를 잡으러 이모부와 같이 개 하프를 데리고 숲속으로 가자 다시 콧물이 흐르기 시작함.

13.타쿠마

- ‘형제여, 도와주시오.’라는 인디언 말을 이모부한테 하고, 헤리즐린 누나한테 도움을 청하지만 누나는 남친 미키와 결혼을 못할까 봐 온통 신경이 곤두서 있음. 

14.마지못해 따라나선 사냥 

– 이모부와 사냥개 하프와 함께 숲속으로 검은 여우를 잡으러 감.

15.검은 여우굴 

– 숲속 여우굴에서 새끼 여우를 잡아와서 토끼장에 가둠. 어미 검은 여우를 잡기 위한 미끼로 사용함.

16.우리에 갇힌 새끼 여우 

– 토끼장에 갇힌 새끼 여우는 철망을 할퀴고 울음으로 어미 여우과 대화함.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하자 집 안으로 들어갔다가 총소리를 들었지만 이모부는 여우를 놓침.

17.폭풍 속에서 

– 비오는 새벽 1시에 형들이 오르내리던 나무를 타고 내려가 우리에 갇힌 새끼 여우를 탈출시키는 데 성공한다. 이모와 이모부는 혼내기보다는 이해하며 여우는 영리해서 다시 이곳에 와서 닭들을 괴롭히는 실수를 안 할 거라고 말한다. 

18.작별 

– 숲에서 여우가 떠난 것을 선반 바위, 시냇가, 여우굴을 돌며 확인한다. 엄마가 여행에서 돌아오고 피티도 부모님과 같이 와서 이모 농장을 구경시켜 준다. 

19.추억 

– 집으로 돌아오고 여름은 순식간에 끝났다. 그해 여름에 있었던 일은 타임캡슐을 열어 보았을 때처럼 낯설고 희미하지만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밤이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카랑카랑하게 울리던 검은 여우 울음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시간을 뛰어넘어.     



2)느낀 점은? 그 이유는?

어린 시절 여름철에 한두 달 동안 이모집에서 지낸 이야기는 ‘맡겨진 소녀’와 비슷한 설정이다. 이번에는 소년 톰이 되어 검은 여우를 만나는 추억을 되살리는 주인공 놀이를 한 것 같다. 


필사하면서 밑줄 친 부분을 보니 풍경 묘사와 검은 여우의 생김새나 움직임을 묘사한 부분이 많았다. 특히나 주인공 ‘나’가 애착을 갖고 관찰한 검은 여우와 새끼 여우, 그들의 ‘캉’, ‘캥’으로 주고 받는 대화 부분이 마치 사람 어미와 자식 간의 애절한 대화처럼 느껴져서 가슴이 먹먹했다. 


작가는 주인공 ‘나’의 눈으로 검은 여우를 관찰하는 부분이 묘사가 섬세하고 분량으로도 많다. 등장인물도 여럿이지만 친구 피티에 대해서 행동이나 대화, 그가 만든 신문기사 제목까지 구체적이다. 작가는 애착이 가는 대상을 자세하게 밀착하여 묘사하는 경향이 보인다. 그러니 평소에 쓰는 글감도 아주 좋아하는 것이나 아주 싫어하는 것, 아주 인상적인 것을 골라야겠다는 깨달음?이 일었다.      



3)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새끼 여우가 토끼장에 갇히고 번갯불이 번쩍일 때 나를 지켜보는 새끼 여우에게 ‘널 꺼내 줄게.’라고 말하는 부분부터 자물쇠를 부수고 토끼장 문을 열어 새끼 여우를 탈출시키는 장면, 새끼와 어미가 ‘캉’, ‘캥’으로 대답하는 장면, 검은 여우가 새끼를 데리고 과수원을 달리며 한 번 더 ‘캥’하고 우는 장면.(새끼 여우가 토끼장에서 나와 어미와 탈출하는 장면까지)


새끼 여우는 구석에 웅크리고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번갯불이 번쩍일 때 보니새끼 여우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널 꺼내 줄게.”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새끼 여우는 흠칫흠칫 뒤로 물러났다. 다시 번개가 치는 순간, 나는 돌멩이를 찾다가 발치에서 죽은 개구리를 발견했다이 세찬 빗속을 뚫고 검은 여우가 새끼에게 갖다 준 개구리일 것이다검은 여우는 지금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있으리라.

 나는 토끼장 밑에 가지런히 쌓여 있는 벽돌 하나를 집어서 자물쇠를 내리쳤다. 안 되면 밤새도록 칠 작정이었지만, 다행히 자물쇠가 낡아서 금방 열렸다.

 새끼 여우는 자물쇠를 내리치는 소리에 겁을 먹고 애처롭게 낑낑거렸다나는 부서진 자물쇠를 끌러 토끼장 문을 열어준 다음뒤로 물러나서 나무에 기대어 섰다.

 새끼 여우는 잠시 가만히 있었다마치 토끼장 안쪽에 작은 어둠이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새끼 여우는 의심스러운 듯 바짝 경계하더니곧 뭄을 움츠린 채 문으로 다가왔다새끼 여우가 날카롭게 캉 하고 울었다그러자 덤불 속에서 캥 하고 대답 소리가 났다.

 새끼 여우는 몸을 낮게 웅크렸다그러더니 번갯불이 번쩍하는 순간펄쩍 뛰어 덤불 쪽으로 도망쳤다새끼 여우는 캉캉 울면서 달렸다곧이어 어미의 대답이 들리더니 이내 빗소리만 들려왔다나는 나무에 기댄 채 어미 여우와 새끼 여우가 빨리 이곳을 벗어나기를 기다렸다다음 순간 검은 여우가 새끼를 데리고 과수원을 달리며 한 번더 캥 하고 울었다.


그 이유는?

주인공 ‘나’가 새끼 여우를 구하려는 마음이 간절하고, 새끼와 어미 사이의 ‘캉’과 ‘캥’으로 각각 다르게 묘사된 부분도 세밀하여 애절한 모자의 정을 애틋하게 잘 표현했다.      



4) 글을 쓰는 창작자로서 배울 부분들을 꼽아보자

묘사력이 뛰어나려면 대상을 유심히 오랫동안 관찰하고 그때그때 문장으로 옮기는 훈련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풍경이나 인물의 외양, 대화 내용과 소리. 


각 인물의 특징을 하나씩 메모해 두었다가 반복?적으로 언급하면 개성이 뚜렷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피티가 사건마다 기사 제목짓기를 하는 모습은 차별적인 성격이었다. 


소설에서는 불필요한 장치가 없어 보였다. 애초에 형들이 너무나 많이 타고 오르내려서 반질반질해진 나무를 이모가 왜 경계하며 언급하나 싶었는데 나중에 주인공 ‘나’가 그 나무를 타게 된다. 마치 ‘맡겨진 소녀’에서 달리기처럼. 그러니까 나중에 필요한 장치를 미리 심어놓는 것이다. 암시인가?


소설 끝에서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밤과 그해 여름, 검은 여우의 울음소리로 추억을 정리하는 내용은 이미 시작하는 첫머리에서 언급했던 내용이다. 수미쌍관으로 완결된 구조다. 징그러울 정도로 계산된 구조다.      


5) 나에게도 검은 여우 같은 진귀한 추억이 있나? 

어릴 적 추억 속 동물은 많다. 소, 송아지, 강아지, 고양이, 살쾡이? 이 많은 동물 중에서 애착이 가거나 특히 기억에 남은 이는 복실이와 종류도 애매한 살쾡이?이다. 복실이는 집에서 강아지 때부터 키우던 개다. 산이나 들로 늘상 따라다니던 그 귀여운 개를 연로하신 할아버지는 복날을 놓치지 않으셨다. 복실이가 지나다닐 때면 꼬신내가 난다고 하셨다니...그 말씀을 내가 직접 들은 기억은 없지만 그러셨다. 


아홉 살 때쯤이던가. 또랑 건너편에 살던 작은아버지는 복실이를 잡아서 지게에 메어놓고 지게 막대기로 내리쳤다. 한두 번 깨갱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었다. 돌아서는 내 눈에서는 폭포수 같은 눈물이 줄줄 펑펑 쏟아졌다. 마음보다 몸이 먼저 아는 듯했다. 곁에 있던 사촌들은 나보다는 덜했지만 그날 오후 우리는 모두 눈물바다였다. 나는 복실이를 지키지 못했지만 아홉 살 톰은 검은 여우와 그 새끼를 모두 지켰다. 대견하다. 독자로서 읽는 것만으로도 상처났던 가슴이 위로가 되는 듯했다.      


동물 종류도 애매한 그 살쾡이 비스무리한 녀석은 봄철이면 우리집 작은방 방문 아래로 지나다녔다. 집 뒤에는 바로 산이었다. 낮에는 산 속 숲에서 지내다가 가장 인기척이 없고 고요한 새벽 서너 시만 되면 산에서 내려와 동네로 내려갔다가 한 시간이나 지나고 나면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이른 봄에는 혼자서 지나갔고 따듯한 봄기운이 돌 때쯤으면 새끼를 두세 마리 거느리고 싸그락싸그락 발소리를 내며 다녔다. 그네들이 무서웠으면 방문을 열어 쫓아버렸겠지만, 엄마는 아버지 혼령이 그 산짐승으로 다시 와서 매일 새벽에 다녀가는지도 모른다며 숨소리도 내지 않고 발자국소리만 들으려 했다. 이삼 년을 그러더니 이후로는 오지 않았다.  

    

혹은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것이 있다면, 무엇이었을까?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것은 책이 아니라 인형과 소꿉놀이 장난감이었다. 인형은 엄마가 손수 손으로 꿰매고 얼굴을 그려 주셔서 예쁘지는 않았지만 감촉은 부드럽고 최상이었다. 소꿉놀이 장난감은 모두 조그마한 것들이라 그중에서 큰 것은 귀하게 사용했다. 액체든 고체든 양껏 담을 수 있어서 언제나 손 빠르고 말발이 센 사람 차지가 되었다. 그런 사람 중에는 증조할머니도 계셨다. 아이들 흙장난하는 데 그렇게 귀하고 예쁜 물건을 쓰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19세기 증조할머니는 장독 안에 넣어 감추셨다. 잃어버린 줄로만 알고 지냈던 장난감을 가끔, 종종 증조할머니 행동반경 안에서 찾아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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