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조각 길들이기

by 다섯손가락

글을 읽으면,

머리가 열심히 움직인다.

책이어도 괜찮고

문장이라도 좋다.

읽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머리통 깊숙이까지 혈관이 파고든다.

동에서 서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제주에서 태백까지

한바탕 두뇌 속 운동회가 열린다.


음식을 나누면,

어깨부터 손끝까지

허리부터 발끝으로

피부세포가 일제히 가지런해진다.

들뜨지 않고 차분해지면서

각자 제자리를 찾아 앉는다.

평온해진다.


글을 쓰면,

갈비뼈 안에 들어앉은 내장들이

고요해진다.

가슴부터 명치를 지나 배꼽까지

구석구석에서

숨어 있거나 드러나 요동치던 꿈틀이들이

한결같이 순해진다.

삐지고, 토라지고, 걸고넘어지던

마음 조각들이

속살을 들킨 것 마냥

손끝 타자 소리에 놀란다.

눈을 동그랗게 뜬다.

유치원생 눈빛으로 미소까지 지으며

온순해진다.

차분히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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