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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손가락 Apr 04. 2024

송년회

책쓰기로 세상을 평정한 사람들

새벽 다섯 시 출발. 

여름에 처음 갈 때는 여명이 밝아오는 시각이었다. 

비슷한 시작이지만 요즘은 칠흑 같은 어둠이 가시지 않은 그야말로 새벽이다. 

산청, 함양을 지나고 장수를 지나 오도재 근처에서 산능선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번에는 함박눈이 펄펄 날리는 고속도로다. 

남쪽에선 귀하디 귀한 눈. 

몸을 움직이는 보람 하나 보탰다.  

아홉 시 오십팔 분에 입실. 

우리 집 배달부는 임무에 충실하다. 

삼십 년 직장생활이 만든 결과물이다. 

덕분에 밝고 미안함이 덜한 표정으로 시작했다. 

행사 준비물을 만지막거리다가 

사부님이 ‘나는 어떤 서사를 쓰고 싶은가’에 대해 지도 말씀을 하셨다.  


1. 시작하며

-책을 쓰면서 저자의 눈, 독자의 시선, 편집자의 시선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책은 문화상품이다. 독자와 편집자의 스펙트럼을 통과해야 한다. 

-독자의 욕구와 정서를 알아야 한다. 

-트렌드를 분석하면 독자들이 어떤 책을 볼는지 알 수 있다. 

-거기에 독자의 욕망이 숨어 있다.  


∎ 느티나무 – 수정한 목차가 예전보다 가지런해졌다. 독자의 요구가 잘 반영되도록 한다. 어머니 모습이 반영되는 내용으로 목차를 구성할 것. 출판사 ‘남해의 봄날’(통영) 추천하심. 검색해 보니 서정적인 이미지다. 주인장 ‘봄’님은 정은영이다. 반가운 이름이다. 할아버지가 처음 내겐 주신 이름이다. 여덟 달 후에 태어난 사촌 동생이 그 이름으로 살았다. 봄 주인장은 정원 가꾸기에 바쁜 사람이다. 어쩐지 나와 닮은 대표다.  

-문장은 가독성 있게.

-저자가 얘기하는 내용이 잘 전달되고 지루하지 않도록. 


2. 여섯 조각 이야기


            

① 토끼와 호랑이가 오붓하게 숲속 마을에서 살았습니다. (주인공 소개)


② 토끼는 가족과 평범하게 잘 먹고 잘살면 된다. 가족이랑 밭을 일구며 온순도순 산다. 여력이 있으면 이웃을 섬기면 더없이 좋다. 호랑이는 본인 건강을 돌보면서 토끼 가족을 잘 지키는 든든한 기둥 같은 가정 지킴이다. (사명)


③ 방해꾼도 있다. 교활하고 야비한 여우와 뱀이다. 수시로 마을로 내려와 농작물을 훼손하는 멧돼지도 있다. (방해자)


④ 토끼와 호랑이는 서로가 조력자이다. 호랑이는 토끼에게 강인함으로, 토끼는 호랑이에게 다정하고 사랑스러움으로 존재한다. 이웃을 섬기는 사람들이 수시로 돕기도 한다. 비슷한 삶을 사는 이들도 조력한다. (조력자)


⑤ 토끼와 호랑이는 모두 사명을 다한다. 토끼는 텃밭에서 사계절별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가족을 지키고 돌본다. 호랑이는 방해꾼들로부터 토끼 가족을 지키는 보호자, 가정 지킴이로 역할을 철저히 수행한다. 우람하게 큰 소나무 한 그루다.(사명 완수)


⑥ 결말. 호랑이는 토끼 가족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며 노년에 행복한 인생으로 마감한다. 토끼는 나름 사명을 다했다는 생각과 호랑이 지킴이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노년을 맞이하며 평화롭게 인생을 회상한다. 집 앞 느티나무 아래 흔들의자에 앉아 멀리 바다를 바라본다. (결말)




∎애0님 해석: 항상 명확하다고 느껴야 안정감을 느낀다. 텃밭 일굼도 그럴 것이다. ‘아, 나도 저렇게 하고 싶었는데...’라는 말처럼 시작과 끝이 의도와 다른 경우가 많을 것이다. 

∎0나무님 해석: 그림으로 시작했다가 글로 표현하는 부분이 많아지는 것도 본인의 표현 방법이고 성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사부님 해석: 주인공이 둘이다. 극히 드문 경우다. 정체성이 둘이다. 토끼와 호랑이가 공존할 수 없는 존재인데 같이 있다. 공존하기 어려운 현실과 이상이 같이 있다. 모순을 품고 산다. 무의식이 공존한다. 방해꾼을 해결하는 방법이 없다. 나의 과제는 온전한 토끼가 되는 것. 힘을 키우고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 고민하기. 그 방법은 잘 찾아갈 것 같다.  



3. 사부님의 책 선물

『눈물은 왜 짠가』(함민복, 이레, 2003)

표지가 예쁘다. ‘서귀포 왈종’으로 서명하는 작가가 그렸다. 책쓰기를 하기 직전에 모작한 작가 그림이라서 더 친숙하다. 흰 바탕에 그림을 반으로 면분할하여 전체적인 인상은 산뜻하면서 깔끔하다. 전체 4장이다. 각 6개에서 8개 정도의 꼭지글이 들어 있다. 간간이 이왈종 그림이 삽화로 들어갔다. 절에서 장의 제목으로 올린 경우도 있다. 


시인이 쓴 산문집이다. 줄글이지만 가락글 문장이 많다. 시를 읽는지, 산문을 읽는지 독자는 헷갈릴 정도로 미문이다. 시인의 소박한 시골살이와 가난하지만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글이다. 거기에 짠 눈물이 빠질 수 없다. 울림이 깊은 글이다. 이렇게 좋은 책을 선물로 주심 감사하다. 사부님은 살 한 점이 떨어져나간 것 같지 않을까 싶다. 



4. 책 표지 만들기



5. 송년회

-  책을 쓰는 사람들. ㅇ스턴님이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다른 분위기라고 했다. 별다른 모습을 읽지 못했는데 다시 유심히 살피니 확연히 다르다. 고요하고 안정감 있는 분위기. 들뜨지 않고 모두 자기 세계 하나씩 안고 있는 분들이다. 책을 출간한 분은 그 모습이 너무나 확고해 보였고, 출간을 준비하는 분들도 그랬다. '아, 이런 거구나'라는 감탄이 터지는 송년회였다.  책쓰기로 세상을 평정한 사람들이 모인 자리. 


- 섬기는 사람들. 24기 부활들은 정말이지 너무나 멋진 분들이다. 각자 맡은 역할을 빈틈없이, 군소리없이 한 오리 실도 엉키지 않을 정도로 행사 준비를 하는 모습에 놀랐다. 회장, 총무님의  역할이 제대로 발휘된 장소였고 나머지 부활들도 적극적으로 함께했다. 큰소리 하나, 군소리 한 점 없이 이루어짐 멋진 부활이다. 공연 준비와 진행에 윈스턴님과 대나무님. 이번 기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그와 비슷한 역할을 계속 맡게 될 것 같은 느낌. 관중으로서 내빈으로서 선배로서 참석한 분들도 서로서로 섬기는 분들이다. 서로의 가치를 알아보고 알아주는 관계의 장이다. 


- '당장 쓴다' 

리더의 선창을 이어 우리 모두 함성을 외쳤다. 

'쓴다 쓴다 당장 쓴다.'

 2024년에는 부활 모두 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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