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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손가락 Apr 04. 2024

작가와 만남 7.

황보름,  <단순 생활자>

황보름 작가가 왔다.

다섯 번째 책인가, <단순 생활자>를 들고 왔다.

미니멀 라이프가 대세인 요즘,

그런 작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휴남동 서점을 쓸 때는 책이 출간될 거라는 생각을 못했단다.

그 만큼 편하게 자기 문체로 자유롭게 썼다는 말이다.

이번에 나온 '단순 생활자'도 작가 마음대로 썼다고 한다.

내용도, 목차도, 제목도 모두 작가의 뜻이라고.

그야말로 전적인 지지를 받은 셈이다.


작가의 성격 유형이 궁금하다는 질문에 INTJ라고 했다.

집에 혼자 있어도 심심하다는 걸 잘 모른다고 함.

회사에서는 혼자 있지 못해서 불편했다고.

그래서 퇴사했노라고.

혼자서 여유롭게 지내는 시간을 즐기고 좋아한다고.

그래서인지 그의 글에서 라면도 혼자 즐기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라면 면발을 다 먹고 국물을 반 정도 호로록거리고 나니 15분이 지나 있었다.

순간 이게 뭐라고 이토록 경건한 마음으로 임했나 싶었다.

평생을 주야장천 먹은 라면이면서.

그래도 오늘 먹은 라면은 분명 다른 라면이었다.

자정의 라면이었고,

당당한 라면이었고,

눈치 보지 않는 라면이었으며,

마음이 이끄는 라면이었고,

무신경한 라면이었다.

절제하지 않은 라면이었고,

선택할 수 있는 라면이었으며,

무엇보다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라면이었다.




'위로가 필요할 때면 걸었다.'

소재를 떠올리면서 걷기도 하고

명상하듯이 걷기도 한다고.

잡념이 떠오르면 떠오르는 대로

한 시간 정도 걷고 나면 많은 게 가벼워진다고.


주로 글은 12시가 넘어서

새벽 2,3시까지 쓴다고 함.

이건 대부분의 작가들이 말하는 모습이다.

고요하면서도 고독하고

세상의 주인이면서도 버려진 난민같은 기분.

하지만 그 명징한 시간을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들

그들이 바로 작가다.


황 작가는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읽고 토론하고 쓰고 첨삭 합평하고

이런 과정에서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이 글쓰기라고 생각하여

전업작가로 결정했다고 함.

작가로서 '나'를 드러내는 적정선은,

글과 삶 중에서 삶이 감당할 수 있는 데까지만

조절한다고 함.


너무 많은 것에 관심 갖지 않고

하고 싶은 일, 마음, 일상에 집중하며 소중하게 잘 가꾸는 편.

감정도 격정적으로 날뛰도록 두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애씀.

합평 모임에도 크게 휘둘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


좋은 글 많이 읽고 쓰기.

추천 에세이 <사나운 애착>

도서관에서 책 읽는 방법,

하나는 이미 생각한 것,

하나는 우연히 만난 것.


작가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고

독자는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가 말을 할 때면 말과 생각이

공간 여기저기에서

반갑게 만났다 헤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북 토크에서 작가와 독자의 만남을 이렇게 포착하기도 했다.

젊은 작가의 참신하고 예리한 시선을 맛본 시간이었다.

책 선물로 행운을 전달하는 여유로운

승강기안전공단과 황보름 작가의 만남이 연말 칼바람을 뎁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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