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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손가락 Apr 04. 2024

작가와 만남 6.

정혜윤, <삶의 발명>

CBS 라디오 피디다. 책을 쓰는 작가로서도 활동한다. 오늘은 그의 최신작 <삶의 발명>을 들고 왔다.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Q1. <삶의 발명> 책 소개, 쓰게 된 과정과 근황을 소개해 주세요. 

작가를 소개하는 화면에는 서문의 첫 단락이 떴다. 


‘부끄럽지만 내 이야기로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지난 4월 교통사고를 당했다. 차에 부딪힌 나는 3미터를 날아가 땅에 떨어졌다고 한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내 부서진 치아 조각들을 손에 들고 무릎을 꿇고 땅에 앉아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5쪽)


자기가 쓴 글을 모두 외우고 다니는 작가. 자기를 소개하는 문장이 있다고 했다. ‘나는 00을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이다’라는 문장이다. 작가는 여기에 자연과 책을 넣어서 ‘나는 자연과 책을 진짜로 좋아한다’라고 소개했다. 여기서 ‘진짜로 좋아한다’는 표현은 가장 진실된 소개 방법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어서 세월호 얘기를 했다. 세월호 사고가 난 다음날 교통사고를 당했다. 깊이 생각에 잠겨서 건널목을 건너다가 그런 변을 당했다. 지금도 치아가 다 빠져버려서 가짜를 만들어 넣고 보정을 하고 다닌다고 했다. 작가가 자기소개를 좀 더 구체적인 문장으로 바꾸었다. 

“저는 책과 자연과 이야기를 (진짜로) 사랑하는 라디오 PD입니다.”


 

Q2. 정혜윤 작가님이 생각하는 “자신의 삶”, “소중한 삶”이 궁금합니다. 

“여태까지 나의 삶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나의 삶이 아니었다는 앎. ... 우리가 뭐라고 말하는 그 이상의 것. 죽을 때 돌아보고 후회할 우리의 것. 소중한 것이라는 앎 말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자기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는가?”(51쪽) 


Q3. 그는 제주도에 처음 북 토크를 갔을 때 청중이 던진 질문이 항상 잊히지 않는다고 한다. ‘왜 오셨어요?’라는 질문. 서울에서 비행기 타고 버스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제주도 구석진 서점. 청중도 의아해서 던진 질문이다. 이후 항상 품고 있는 질문이라고. 다시 그는 청중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 오셨어요?”


“우리 삶은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일 수 있다.” 그의 말이다. 사무엘 베케트는 ‘어떻게 하면 교회의 악행을 무찌를 수 있나?’라는 질문을 품고 살았단다. 이어 작가는 연속 질문을 던진다. ‘당신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질문이 뭡니까?’ 이처럼 품고 다니는 질문이 삶을 이끈다는 주장이다. 


우리 시대는 어떤 단어 위에 구축되었을까? 불안, 혐오, 공허, 무의미, 쇼핑 등 힘을 빼는 단어들이다. 백설 공주처럼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라는 여자들의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고. 자기 단어를 아는 자는 부적 하나를 갖고 있는 것과 같다. 열 개의 단어만 있어도 탄탄한 삶을 구축한 사람이다. 정혜윤 작가를 움직이는 단어는 ‘이야기’란다. 


그가 오늘 독자와 청중 모두에게 던진 질문은 ‘당신은 어떤 이야기의 일부가 되겠습니까?’이다. 이 말은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까?’ 혹은, ‘당신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입니까?’이다. 그가 들고 온 책 <삶의 발명>에서 말하는 내용이다. 


그는 라디오 피디답게 몇 개의 음악을 선보였다.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와 거북이의 ‘빙고’는 알겠는데 나머지 서너 가지는 모르는 노래다. 그 노래 가사에 삶에서 구할 답이 있다는데... 노래에 취약한 단면이 드러난다. 


 

Q4. 작가님이 생각하는 미래 이야기는? 미래의 이야기를 상상하기 위해, 좋은 이야기를 알아차리고 귀기울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우리가 듣고 나누는 많은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우리 인류가 달라질 미래를 믿지 않는다. 사실은 달라질 자신을 믿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을 보는 대로 세상을 본다. 하지만 미래는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 머릿속 생각이고 꿈이다. 세상은 우리의 상상과 꿈과 생각대로 만들어지고, 상상하고 꿈꾸지 않으면 영영 존재하지 않게 된다.(219쪽)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따라가고 있습니까?’

잊을 수 없는 이야기, 잊히지 않는 이야기가 있는가?

머릿속에 들어와서 안 나가고 계속 따라 다니는 이야기가 있나?

그것이 당신 미래의 이야기다.  



QQQ 나의 질문.(-->작가가 이게 진짜 질문이라고 하면서 극찬하며 우선 선정함)

“누구나 한두 문장씩 안고 살면서 인생 고비에서 방향을 잡습니다. 작가님이 품고 사는 인생 모토는 무엇인가요? 궁금합니다.”

1.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2. 톨스토이의 이야기 중에서 돈이 많고 돈을 많이 밝히는 주인이 죽고 하인이 사는 상황. 주인이 죽으면서 하인에게 옷을 벗어주면서 하는 말, 


“아, 알았어. 몸소 알았어.”였다고 함. 이 말은 어떤 일을 겪지 않으면 모른다는 뜻이다. 이제 몸소 알았다는 직접 몸으로 겪으니까 알겠다는 뜻이다. 역지사지, 입장을 바꿔 생각하기가 필요하다. 심지어 겪어보고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떤 경우는 겪어보지 않았는데 헤아릴 수 있는 사람도 있다. 연민,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그렇다. 


3. ‘당신은 어떤 이야기의 일부가 되고 싶습니까?’ 미래의 직업은 수목원 청소부, 분리수거 할만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4. ‘여전히 아름답다’는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 웬만큼 좋은 이야기는 누구나 알아본다. ‘여전히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말하면, 작가에게 힘이 되는 문장이다. 이때 아름다운 이야기에는 대부분 힘든 재료로 써진다. 아무 상처가 없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 ‘지옥에서 꺾어 온 꽃’과 같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원치 않았던 일들을 겪는 사람의 이야기, 곧 죽을 건데 깨끗이 머리를 감는 행위, 죽으면서 별을 못 봐서 아쉬워하는 마음 등과 같은 이야기가 담긴 문장을 좋아한다. 


세월호 희생자 어머니가 5.18 어머니를 만나서 나누는 이야기. ‘눈 녹은 봄날의 이야기’, ‘눈 녹은 다음날 공기 같은 이야기’가 아름다운 이야기다. ’너무 늦게 알아봐서 죄송합니다. 어떻게 살았는지 이제야 알았다.‘도 그렇다. 


5. 내 마음에 불을 지르는 사람이 있다. 저 사람처럼 살고 싶다거나 저 사람처럼 걸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 피렌체 일몰을 보면서 “너도 봤어? 봤어? 봤어?...”라고 묻는 마음과 말. 사랑하고 싶은 마음,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6. “왜 왔니?”와 같은 아름다운 문장을 따라쓰기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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