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잠깐 외출하고 아파트로 들어왔다.
운전하며 들어올 때 곁눈질로 힐긋 보니
관리실 기사 아저씨가 비질하고 있다.
그는 아파트 입주부터 줄곧 여기 한 곳에서 일한다.
얼굴이 잘생겨서일까?
일을 잘해서일까?
우선 그는 마음에 드는 일꾼이다.
그만큼 장기근속한 사람은 없다.
성격은 원만하다.
누구라도 진정성 있는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눈다.
그의 인사는 요란하지 않다.
자기 업무에 열중하면서 살짝 미소짓는 인사가 전부다.
발걸음도 가볍다.
일할 때는 늘 편해 보인다.
즐겁게 일한다.
휘파람은 들리지 않지만 표정이나 움직임은 휘파람 소리가 난다.
신나게 일한다.
늘 동료들과도 관계가 좋아 보인다.
큰 소리도 내지 않는다.
업무 대화든, 사적인 친교 대화든
말소리는 언제나 조용조용하다.
주민과 대화할 때도 조곤조곤 친절하다.
힘들게 애써 억지로 일하지 않아도 누구보다 열심이다.
한여름 비지땀을 흘려도 군소리 내지 않았고
오늘같이 추운 겨울날 비질을 해도 표정은 시종일관 밝다.
그것도 혼자서 한다.
옆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역시나 그를 이십오 년 장기근속하게 한 근거는
늘 변치 않는 성실함과 솔선수범하는 태도야.’
그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며 주차를 하고 현관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순간 나에 대한 검열도 필요했다.
조금 전, 내가 평가한 그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타당한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인 해석일까?
아니면, 나의 극히 편협되고 주관적인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일까?
궁금해지면서 현관이 가까울수록 조바심이 났다.
내 눈으로 내린 결론이 사실일까?
마음이 지어낸 착각일까?
현관 앞 계단에 이르렀다.
발걸음은 여전했으나
마음속 걸음은 분주해지면서 숨어들고 있었다.
내가 발견한 사람은 모두 셋.
세 명이다.
아파트 화단 앞에서 비질하는 사람은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
그는 키가 크고 서서 빗자루로 쓸어 담았기에 눈에 띄었고
다른 이들은 앉아서
낙엽과 나뭇잎 자른 무더기를 모으며 정리하고 있었으므로 안 보였다.
내 시야에 들어오지 않아서
내가 내린 오판이었다.
그러니 숨은 두 사람과 그.
모두 셋이서 같이 일하던 참이었다.
눈에, 내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정한
풍경과 사람이다.
비단 이번뿐이었겠는가.
다른 이는 그냥 있을 뿐인데
나 혼자 오해하고 착각하며
마음으로,
생각으로
잘못 지은 성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 세상을
마음으로 다 짓고
마음으로 모두 허문다.
내가 사는 세계,
내 생각이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