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 먼 곳에서 온다면?
구해언, <아빠 구본형과 함께>
구해언 지음, <아빠 구본형과 함께> 책표지
1.“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벗이 먼 곳에서 온다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찰나님이 통영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진주문고에 들렀다.
미용실에서 목이 꺾일 정도로 졸다가
도윤님, 찰나님 전화와 문자가 뻘겋게 도배된 상황.
급하게 문자를 확인하고 진주커피로 달렸다.
서울 구구에서만 보던 모습이 이곳에 떡하니 서 있다니...
신비로운 반가움을 감출 수 없었다.
군자삼락을 읊조리던 공자님의 말씀 중,
이락이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이었다.
‘먼 곳에서 벗이 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찰나님은 통영에서 바닷바람만 묻히고 온 게 아니었다.
통영의 문학관과 미술관, 음악당...
박경리와 전혁림과 윤이상, 김춘수, 청마 유치환...
에 이어 남해의 봄날과 봄날의 책방,
전혁림 아들이 아버지께 쓴 편지까지.
통영 예술혼을 온몸에 새기고 나타났다.
딸 구애언이 쓴 ‘아빠 구본형과 함께’도
오전에 진주문고에서 받았다.
신기하게도 작가 구해언이 오늘 첫 아이를 출산했다고 전한다.
오늘 하루 축하하는 기쁨을 나누는 중이었다고.
눈에는 보이지 않는 끈이 여기저기서 이어지는 듯하다.
나보다 찰나님이 더 놀라는 듯했다.
서로의 책과 목차에 대해 간단히 생각을 나누었다.
수없이 수정하고 고민한 ‘오십에 만나는 붓다’는
목차가 연구 프로젝트처럼 무게감이 느껴졌다.
알차게 구성된 내용이
밀도 높은 자기 공부의 역사를 담고 있었다.
역시나 책쓰기는 공부하는 여정이다.
매력적인 여행길이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찰나님을 배웅하고
집에서 ‘아빠 구본형과 함께’를 쓰윽 넘겨 보았다.
책 크기는 손가방에 넣고 다닐 정도로 작다.
요즘 유행하는 크기다.
표지에는 ‘아빠에게 안긴 작가의 여섯 살의 나(북한산)’가
작은 유리창으로 보는 풍경처럼 실었다.
반투명한 기름종이를 내지로 한 장 끼웠다.
목차는 크게 5부로 구성했다.
1. 아빠의 산책
2. 아빠의 정원
3. 아빠의 여행
4. 아빠의 편지
5. 아빠의 서재
전체 분량은 216쪽이다.
적당한 양이고 요즘 트렌드에 맞다.
프롤로그는 평이한 구성이다.
양도 많지 않아서 읽기가 편하다.
중언부언하지 않아서 좋다.
에필로그는 없다.
각 장에는 5~10개 정도의 글을 담았다.
2부 아빠의 정원 분량이 제일 많다.
그중에서 ‘느티나무, 필요로 할 때 곁에 있기’가 있다.
‘풍채가 장대한 나무, 기골이 장대한 나무.
집에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한 보호수.
늘 티 나는 나무, 늘 티나무, 늘티나무, 느티나무가 됨.
강아지와 더불어 집의 첫 장면 느티나무.
성장을 방해하는 큰 바위조차 껴안을 수 있는 사람,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곁에 모이는 사람,
나를 지켜봐 주는 사람.
...같은 느티나무.
나무 같은 사람(Treeman)이 되고 싶다던 작가의 아빠 구본형.’
작가 구해언은 ‘큰 나무 그늘’ 같은 아빠를 그리고 있었다.
정원에 관련된 이야기가 가장 많고 묘사가 탁월했다.
5부 아빠의 서재에서는
이순신 부분이 인상적이다.
고금도 충무사를 방문한 소감이나
소리내어 우는 바다 길목, 울돌목의
해류가 복잡하게 얽혀 생기는 소용돌이 묘사와 감상.
조선의 수호신이고 지금도 살아 숨 쉬는 이순신.
그를 통해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는 의지와 용기
를 얻는 작가.
대략 이런 내용을 담은
구해언의 문장은
힘이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