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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손가락 Apr 04. 2024

좋은 책 시크릿

연민의 상상력

어머니는 시시한 건 싫어하셨다. 

집을 짓고 나서 여유가 생기면서 외출복은 의상실에서 맞춰 입으셨다. 

그것이 최고의 호사였고 사치였지만

나름 멋진 삶을 꿈꾸는 분이셨다. 


그해 여름 그 마지막 날엔 이런 말씀도 하셨다. 

"사는 게 뭔지 모르것다."

"소풍처럼 한번 지내다가 가는 거지, 뭐."

"허 참. 그리 모질고 고된 세월이 소풍이라꼬?"

"......"

"그럼, 선물이라고 생각해 보던가"

"겨우 딸 니 하나 키우고 산 게 선물이라꼬?"

"......"



   어머니는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셨다. 

36년 동안 남자 고등학생들을 숱하게 곁에 두고 돌보셨지만

그래도 힘이 남으셨다. 

그 옛날 어느 점쟁이가 

"공부를 많이 했으모 장군이 됐을낀데..."

라고 했다잖는가. 


그에 비하면 당신 딸은

조용하고 소극적이라서 늘 마음에 들지 않아 하셨다. 

꿈꾸던 그 멋진 삶에서 멀어지는 딸의 모습이

못내 아쉽고 부족하기만 했다. 


  어머니 이야기를 쓴다고 하면서

골방에서 혼자 끄적거리다가 책을 내었으면

"칫. 니 혼자서 그리 깔짝거린 게 내 이야기라꼬?!"

라며 책을 집어던지셨을 것이다. 

아니면, 눈길도 주지 않으시면서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셨을 것이다. 

아니다. 어머니는 딸이 쓴 글이라면 ...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기셨을 것이다. 

웃음살 곱게 퍼지는 미소로. 

그리고 읽고 또 읽고 또 읽으며 밤을 하얗게 새우실 것이다. 



  그렇다. 

그래서 '좋은책'이다.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힘이 나고

희망이 생기고

아픈 곳이 어루만져지고

길고 고된 삶을 깊이 음미하고 

위로가 되고 

새살이 돋는

그런 좋은 책을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 천리길을 달렸으며

첫 만남과 모임 사이에 어머니의 기일이 있었던 것이다. 


우주의 기운~!

어머니의 뜻~~!


최근엔 모든 일상이 

나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친다는 느낌이다.

'내 어머니는 하녀, 심지어 소녀였다'는 소설이 내게로 온 날부터다.

어쩌면 그 시작은 더 이른 시점일 수도 있다.

일전엔 '민며느리(1965)' 영화, 소설 '내 어머니의 자서전(자메이카 킨케이드,2022)',

오늘은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최인호)' 영화와 소설.

이런 일련의 연결고리는

 '좋은 책'으로 써야 한다는, 써 달라는 어머니의 뜻으로 읽고 싶다. 


좋은 책 시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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