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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손가락 Apr 04. 2024

한 해를 돌아보며

나의 10대 뉴스

1. 책 쓰기 대장정을 시작하며 새로운 팀을 만나다.

봄까지 ‘그해 겨울’ 한 편을 읽고 또 읽고 고치기만 하다가 말았다. 

‘우주 어디에서 불어온 입김’인지 유월 끝자락에 사부님을 만났다. 

그 인연으로 부활과 함께 책 쓰기를 감행했다. 

육 개월. 

아직 보름이 남았지만 

한 편으론 종종거리고

한 편으론 여유롭다. 

오늘 지구 종말이 오는 건 아니다. 

나는 INFP.


2. 콧바람 휘날리며. 

1월부터 놀기로 했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신안 천사의 섬, 곡성 장미축제, 벚꽃, 매실, 양귀비.. 

가까운 곳 축제를 제대로 찾아 다녔다. 

금오도, 사량도, 밀양 사자평, 금오산 케이블카, 목포와 해남 대흥사...

삼 년 전부터 일정만 눈에 담아두고 지내던 마당극도 봤다. 

찔레꽃, 효자전, 남명...까지만 기억난다. 

신명나는 한 판을 시어머님 모시고 다녀와서 

그나마 허전한 마음이 달래지기도 했다. 

책을 쓴다는 이유로 서울 나들이를 다달이 한 것도 특이한 올해 일이다 

코에 바람을 제대로 넣고 다닌 한양행이다. 

거기에다 결혼식과 장례로 더 자주 간 한 해였다. 

그러고 보니 전주까지 거쳐서 왔구나. 

아... 그렇지. 목포와 신안 북투어를 잊을 뻔. 

이박삼일. 색다른 여행이었다. 

목포와 신안 대기점도 곳곳의 이색 풍경.

뭐니뭐니해도 신선한 먹거리. 

코에 바람을 솔솔 넣고 다닌 한 해였구나. 


3. 반찬보다 책을 더 많이 사다. 

쓰려고 하니 읽어야 했다. 

눈길 닿는 대로 책을 손에 넣었다. 

차근차근 읽은 건 몇 안 되지만

듬성듬성... 병렬 독서가 유행이라지만 자연스럽게 초병렬.

책방에 자주 다니다 보니 독서 주간 행사에 상품권도 받는 행운을 안기도 했다. 

37년 인연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학교 도서관에 책을 구입해서 넣을 때도 

이런 깜찍한 행운은 없었다. 

황보름 저자와 대화 시간에도 책 선물이 당첨되기도 했다. 

역시나 처음 있는 행운이다. 

떡고물을 묻히려면 자주 드나들어야 한다. 


4. 남편의 진정한 퇴사. 

그는 34년 조직생활을 마감했다. 

처음엔 자유인으로, 

그리고 약간은 주눅이 들어 하우스키퍼?로 버티다가 

당당한 실업 급여 수혜자로 산다. 

해 뜨면 출근하고 

해가 지면 퇴근하는 생활을 종용했다. 

어디서 뭘 하다가 오는지 모른다.

‘내선당’. 

그들의 아지트로 모일 것이다. 

무엇을 도모하는지도 모른다. 

빨강당이든, 파랑당 후원이든

나의 시간만 잘라 먹지 않으면 된다. 


5. 유일무이한 시모님 찬사의 말씀

맛난 음식도,

고운 옷도,

함께 하는 시간도,

새로운 경험만 못했다. 

“며느리 하나 잘 봤다.”

이십 년이 넘는 시집살이에서 처음 듣는 찬사를 올해 들었다. 

이건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 

나중에 시모님이 나를 힘들게 할 때

꺼내어서 요리조리 살펴보며 힘을 내야 하니까.

이런 귀한 말씀을 주신 적도 있었노라며

나를 달래고 다독거려야 하므로.


6. 올해의 말씀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하시고

(마태복음 16장 19절)


천국 열쇠를 받기 위해 땅에서 얼마나 매고 풀었는지 모르겠다. 


7. 일을 최소한으로 줄이다. 

몇 년 전부터 

밥벌이 일에서 정작 하고 싶은 일만 남겼다. 

올해는 시간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지나고 보니,

책 쓰기에 집중하려면 

실업 급여 수혜자가 더 나을 뻔했다는 후회가 생긴다. 


8. 그림 그리기 도전과 휴식

유화에 이어 색연필 세밀화와 어반스케치에 도전했다. 

한 분기만 발을 담갔다가 쉬고 있다. 

색연필화는 고운 색감과 세심한 묘사가 내 성격과 맞다. 

어반스케치는 단순한 선으로 풍경 분위기를 제대로 연출할 수 있다. 

셋 모두 책 쓰기에 활용하기 좋을 것 같다. 


9. 영화

밀수, 영웅, 잠, 비공식작전, 잠수종과 나비, 괴물, 서울의 봄...

최근 배우 이선균을 기리며 16부작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몰아서 봤다. 

‘기생충’보다 더 인간 이선균을 기억하기에 좋다. 

그의 삶이 ‘아저씨’와 닮았기를 바란다.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외압보다 강한 내력을 장착하기를 바라며...

‘기록하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 영화 ‘비공식작전’도 인상적이었다.


10. 만난 작가들

오병곤 <스마트 라이팅>(6.29)

이미향 <독서가 사교육을 이긴다>(8.27)

김언희 <트렁크>(8.28)

요조 <만지고 싶은 기분>(9.19)

고단수 <이를테면 고단스크>(9.29) 

현기영 <제주도우다>(10.5)

이영민 <지리학자의 열대 인문여행>(10.12)

고명환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10.17)

생강차 <엄마가 그랬다면 이유가 있었을 거야>(10.28)

한정원 <시와 산책>(11.9)

김달님 <나의 두 사람><우리는 조금씩 자란다>(11.17)

윤성희 <목요일의 작가들>(11.22)

정혜윤 <삶의 발명>(11.28)

이동진 영화평론가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11.30)

슬로보트 <순면과 벌꿀>(12.11)

강원석 시인 <꽃잎을 적신 이슬을 모아> (12.12)

김옥희 <내 마음의 집, 내 영혼의 소리>(12.28)


사부님처럼 10대 뉴스에 도전해 봤다. 

허접하지만 안 해 보던 일이라 새롭다. 

해마다 이 작업을 해 두면 

편년체 내 기록이 될 것이다. 

많은 것을 배우는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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