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도 주말이 좋다. 바깥일, 돈이 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 주중에 편하게 지내는 건 아니다. 백조라고 하지 않던가. 그 백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평일 오 일은 만만찮다. 외부세계가 나에게 요구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알아서 삶을 알차게 꾸리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 나날인지 백조가 아닌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나름 기준과 해야 할 일을 정하고 그것을 하나하나 실행하기 위해 홀로 에베레스트 등정을 외로이 하는 모습이라면 엇비슷할까.
매일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일정량을 읽고, 한두 편씩 쓰거나 필사하고 공유하기를 꼬박꼬박 수행하는 일이 수월하지는 않다. 나이가 드니 책 속 문장에 집중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이삼십 분은 붙들고 있어야 겨우 내용이 망막을 거쳐 머릿속으로 가슴으로 닿는다. 쓸거리가 머리를 스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잽싸게 포착하여 글로 옮기는 일도 여건이 허락되어야만 가능하다.
일과를 마친 후에도 집안일 형편이나 건강과 체력이 받쳐주어야 할 수 있다. 약속이 없거나, 참여해야 할 프로그램이나, 다른 과제가 없을 때 문이 열린다. 게다가 주부로서 집안일을 챙기는 몫도 어떨 때는 하루해가 꼬박 넘어갈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주중이 얼마나 바쁘고 해야만 하는 당위의 삶이 얼마나 무겁겠는가.
쫓기듯이 하루하루를 살다가 닷새 후에 만나는 주말은 꿀맛이다. 누가 뭐래도 토, 일요일은 쉬는 날이잖는가. 직장인도, 학생도, 백조도 모두 쉰다. 조물주가 엿새 동안 이 세상을 만드시기 전, 먼저 쉬고 천지창조를 하셨다던가. 달력에도 일요일이 한 주일에서 제일 먼저다. 그러니 먼저 쉰다. 다음 날 월요일부터 일한다. 우리 일상에서, 삶에서 쉬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수천 년 인류 문명인 달력이 알려준다. 일하는 사람도, 일하지 않는 무직도 평등하게 마음 편히 쉬는 날이 주말과 공휴일이다. 어찌 아니 반가우랴.
비록 사회적 역할 없이 단기간 집에서 휴가처럼 지내는 신세이지만 자기가 만든 구속으로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가. 지난 닷새를 직장인들처럼 나름 애쓰며 알차게 꾸리려고 마음 편하게 쉬지도 못했다. 채찍으로 내리치며 매일매일을 얼마나 다그쳤던가. 그러니 그 잔인했던 오 일 끝에 기다리고 있는 주말은 마음놓고 쉬어도 되는 시간, 같이 즐길 수 있는 이틀이다. 소외되지 않고 죄의식, 미안한 마음, 위축감마저 사라지는 청명한 두 날.
야호! 마음도 몸도 자유로운 주말이다. 나비처럼 훨훨 날고, 새처럼 종알거리고, 꽃처럼 단장하고 길을 나선다. 봄은 뭐니뭐니해도 꽃이다. 사 월초에는 벚꽃이 한창이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꽃이고 지나는 마을마다 벚꽃 터널이다. 팝콘 나무가 따로 없다. 와와 터지는 탄성은 자유인의 감탄사요 우주의 축가이다. 일하는 사람으로서 분주하기만 할 때는 보이지 않던 꽃송이 무리가 왁자지껄 시끄러운 아이들처럼 웃는다.
환상 터널을 지나 닿은 곳은 산벚꽃이 허리까지 꽃가지를 늘어뜨린 남녘 산이다. 쑥, 머위, 산마늘, 제피, 엉겅퀴, 방아, 정구지가 기지개를 활짝 펴고 일어난다. 진달래, 앵두, 복숭아는 봄바람 온기 따라 진분홍, 하양, 연분홍으로 차례차례 옷을 입는다. 때맞춰 내린 단비를 한껏 머금은 머위 모종 옮기기, 대파 파종, 풀 뽑기, 산벚꽃 사진 담아두기... 주말 닷새보다 더 바쁜 이틀이다.
머위는 봉지봉지 담아 나눔한다. 이웃에도 봄소식을 한껏 전한다. 와와 대답하는 집집마다 머위 향이 입안 가득하다. 산마늘 명이는 장아찌로, 제피는 고추장 무침으로, 어린 엉겅퀴와 미나리는 나물로... 통통이 넣어 정리하니 새벽이 밝아온다. 달래는 다음주로 미룰 수밖에. 이러니 주말이 신나지 않을쏘냐. 백수도 주말을 기다린다.
제피 어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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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한 주말 이후
몸살 앓기 전 쓴 글이라
문장도 흐느적거림.
이젠 주말 향유도 적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