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진해 봄나물 셋

머위, 엉겅퀴, 장록

by 다섯손가락

주말이면 가는 곳이 있다. 한겨울 찬바람이 가시기도 전에는 냉이가 푸르게 깔려 있고 이어서 아이 솜털같이 어린 쑥이 쏙쏙 올라오는 곳. 벚꽃이 자리를 내어주고 진달래가 붉어지면 산벚꽃과 머위가 지천인 곳. 운동장에 번호에 맞춰 줄선 아이들처럼 차례차례 그 순서를 지키며 찾아드는 곳.


정구지와 달래는 텃밭의 자존심이다. 땅위를 시샘할세라 제피, 두릅이랑 엄나무도 제각각 빛깔과 모양을 갖추어 가지끝마다 생명을 자랑한다. 연두연두, 초록초록, 진초록, 검초록... 나무가 되려다 꿈을 잃고 말았을까. 고사리는 나이테도 없이 해마다 봄이면 나무를 꿈꾸다 때를 놓쳤는지, 더운 열기에 마음을 빼앗겼는지 성급하게 잎으로 피고 만다. 봄마다 자포자기다.


올해는 엉겅퀴가 새 영토를 확보했다. 띄엄띄엄 뿌리를 내리더니 온전하고 고유한 터를 마련한 모양이다. 그 자리는 누군가 마지막 흔적을 태운 곳. 못다 이룬 넋이 화초로 남아 서렸을까. 즐기던 머위가 포위하고 보랏빛 엉겅퀴가 새끼를 치며 성채를 넓힌다. 독성이 있어 물에 한참을 우린 후에라야 밥상에 뻘건 초무침으로 오르던 장록. 머위, 엉겅퀴, 장록. 이러니 갑진해 나물 삼총사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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