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Frame Oct 25. 2015

무기력한 날들이 흘러갔다.

다가오는 겨울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파란 하늘이 점점 채도를 잃어가는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날들이 흘러갔다. 천천히 그리고 확실히 다가오는 겨울을 나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 

피로가 쌓여 입안이 헐었다. 겉도는 밥알과 함께 쓰라림을 삼킨다. 기절하듯 잠들었다가 꿈에 취한 채로 인파에 섞인다. 먹고살기 위해 제대로 먹고살지 못하는 딜레마 속에서 불만은 늘어갔다. 머릿속에서 와글거리는 단어들은 형체를 잃고 사정없이 날뛰었다. 몇몇은 입 밖으로 뛰쳐나와 누군가의 가슴을 후벼파고 일부는 입속에 남았다. 구취가 나는듯했다.

쓰려는 문장은 나오지 않는다. 벌써 오래되었다.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이내 지쳐버린다. SNS는 마약 같다. 뉴스피드를 끊임없이 스크롤 한다.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와 문구들이 머릿속에 반짝하는 쾌감을 준다. 읽었던 포스트가 나오고서야 겨우 손을 멈춘다. 누구나 다들 그러고 있으니 딱히 문제가 없어 보인다. 나는 점점 희석되고 희미해져 주변 풍경과 동화되었다. 벌써 오래되었다. 

숨을 몰아쉬며 다리를 들어 올린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계단을 두 개씩 뛰어 올라갈 힘이 내게는 없다. 탁한 하늘이 답답하다. 천천히 그리고 확실히 다가오는 겨울을 나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 

작가의 이전글 334,500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