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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rame Nov 26. 2015

내일도, 모레도 과일 트럭을 만날 수는 없을 것이다

3박 4일 방콕 여행기

5시간쯤을 날아 방콕에 도착했다. 갑작스레 생긴 이틀의 휴가와 이틀의 휴일을 붙여서 만든 3박 4일의 일정이었다.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국의 도로를 따라 숙소로 가는 길부터 어디에나 있는 교통체증이 시작되어 뭘 하기도 전에 이미 반쯤 지쳐버렸지만, 생각해보니 이미 일상의 무료함과 무기력함은 사라져버린 뒤였다. 

시끌벅적한 카오산로드와, 그보다는 호젓했던 람부뜨리로드. 아직은 어리둥절한 나를 순식간에 여행자로 만들어버린 곳. 

루프탑 바에서 내려다 본 반짝이던 지평선. 스케줄 따윈 아랑곳 않고 마구 늦장을 부리는 기차를 타고 도착한 아유타야의 풍경. 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폐허를 밝히는 조명이 하나둘씩 켜질 땐 주위에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지,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았던 황량함.

중국인 관광객들의 난장과 소음으로도 퇴색시킬 수 없었던 왕궁의 화려함. 먹거리와 볼거리가 잔뜩인데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라이브 밴드의 음악에 몸을 흔들도 이상하지 않았던 야시장.

그리고 빈티지 마켓, 아 그 빈티지 마켓. 분위기, 소품, 그 모든 것에 홀딱 반해버린 그 빈티지 마켓. 세상천지 이런 물건들을 어디서 모은걸까 싶었던 그 빈티지 마켓. 

북적이는 아속역을 지나 터미널 21 쇼핑몰을 지나고 맑은 눈동자로 구걸을 하는 소녀가 있는 육교를 건너 꼬치와 로티를 파는 가판대를 지나 세븐일레븐이 보이는 골목으로 좌회전해서 호텔 셔틀 툭툭을 탄다. 오늘도 결국 과일 트럭을 만나지 못 했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길을 따라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향한다. 내일도, 모레도, 과일 트럭을 만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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