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Frame Nov 06. 2015

혼자가 되기 어려운 세상

집으로 가는길이 멀게 느껴졌다. 누군가 나를 찾는 알림이 근근이 울렸지만 조수석 깊숙이 던져진 핸드폰에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창문에 낀 서리를 제거하려 히터를 높였다. 변속기에 손을 올리고 박자를 두드렸다. 음악이 참 좋아서 볼륨을 좀 더 올렸다. 공기가 후덥해져 히터를 끄려는데 다시한번 알람이 울린다. 온전히 혼자가 되기엔 너무 어려운 세상이다.

그렇다면 내겐 누군가가 필요한 걸까.

집 앞 주차장에서 대화창을 쓸어내렸다. 이런저런 질문들에 대답을 했다. 궁금한것을 물어봤다. 누군가에겐 퉁명스럽게 답하기도하고 누군가에겐 다정하게 굴기도 했다. 어느것이 내 마음인지 알수가 없었다. 어느것이 내 모습인지도 알수가 없었다. 뭔가 쏟아내지 않고는 안될 복잡한 마음이 되어버려서 차에서 내릴수가 없었다.

생각할 곳을 찾아 핸들을 돌렸다.

따뜻한 잔을 감싸쥐고 무의식적으로 호로록 불어가며 차를 마셨다. 빈 노트를 펴고 연필을 날카롭게 깍아 머릿속에 있는 무엇인가를 꿰어보려 했지만 어느샌가 자취를 감춰버렸다. 느닷없이 이만큼 커져서 나타나겠지, 하지만 아직은 정리할 수 없는거구나. 그래서 결국 멍하니 앉아 호로록거릴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손님이 되어 카페를 떠났다.

거리는 잠에 들었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창문에 습기가 차서 앞이 흐릿하게 보였다. 음악을 틀지 않았다. 기계적으로 엑셀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으며 핸들을 틀었다. 어느누구도 나를 찾지 않았고, 집으로 가는 길이 멀게 느껴졌다.

작가의 이전글 이번 겨울은 추울 거 같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