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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rame Dec 17. 2015

그 순간이 나를 포근히 감싸 안았다

#06. 타워브릿지, 2층 버스

2014.12.18 런던, 타워 브릿지

런던에 머무른 5일 중 가장 맑은 날이었다. 파란 하늘에 또렷한 구름은 빠르게 흘러갔다. 태양은 낮고 강렬해서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늦은 오후 템즈강의 바람은 차가웠다. 12월의 한기가 실린 공기 때문에 연필을 잡은 손을 수시로 주물러야 했다. 도개교가 열리고 닫히기를 수차례, 어둑어둑해지며 조명이 하나둘씩 불을 밝히기까지 나는 그곳에 머물렀다. 얼마나 많은 바람이, 시간이, 사람이 나를 스쳐 지나갔지만 나는 그곳에 머물렀다. 그 순간이 나를 포근히 감싸 안았다.

14.12.20 런던, 24번 2층 버스

24번 버스를 타고 벨그레이브 로드에서 내린다. 이제는 익숙한 길을 따라 숙소로 돌아간다.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이고 삐걱거리는 이층 침대에 몸을 뉘여도, 포근히 감싸 안았던 그 순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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