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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rame Oct 08. 2015

재미없는 직장인이 되어버렸다

출근길 이야기

아침이 왔다. 힘겹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전날 장례식장을 갔다가 새벽 3시에 잠들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10시에 잠들어도, 12시에 잠들어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고역이다. 잠이 덜 깬 희미한 의식 속에서 수십 번은 갈등하고 나서야 겨우 침대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이런 내게 아침형 인간이라는 것은 차라리 이국적인 존재다.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 있다. 매번 그렇다. 바삐 출근 준비를 한다. 옷이 가득한 옷장 앞에서 쉽게 뭔가를 고르지 못한다. 아침 식사는 매번 거른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고른 옷이 나름 잘 어울려 기분이 좋다.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 있다. 버스를 아쉽게 놓쳐 기분이 나쁘다. 이쯤 되면 5분만 일찍 일어날 걸 하는 생각을 한다. 매번 그렇다.

지하철을 타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누구보다도 가깝게 달라붙어 40분을 보낸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정도로 빽빽하게 채워지고도 두세 명은 더 탄다. 여기서는 욕설이, 저기서는 신음이 들린다. 그래도 주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주말은 공휴일 덕분에 3일 연휴라는 사실이 생각났다. 특별한 약속도 없고, 뭘 하려는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기분이 좋다. 재미없는 회사원이 되어버린 것 같다. 왜 오늘이 즐겁지 않을까. 

열차가 나를 토해놓는다. 
프로그래밍 된 로봇처럼 발걸음을 옮긴다. 
이따위 출근길도 이젠 아무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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