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개선문
12월 25일이 되었다. 이국에서 맞는 크리스마스는 특별할 것이 없다. 몽마르트 언덕에 올랐다가, 셍제르망 거리를 걸었다가, 퐁피두 센터에 갔다가, 해가 지평선에 가까워지며 멋진 그라데이션을 만들어낼 때쯤 콩코드 광장에 도착했다. 길게 뻗은 샹젤리제 거리에는 차와 사람이 가득했고, 가로수마다 반짝거리는 트리 장식 때문에 거대한 샹들리에를 보는듯했다.
각종 기념품과 음식을 파는 가게들의 소음, 놀이기구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과 자동차의 경적소리, 가판대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한 데 버무려진다. 수많은 인파에 떠밀리듯 개선문에 당도하니 허기와 피로감이 밀려온다. 주저앉듯 벤치에 앉아 스케치를 시작한다.
사각거리는 시간이 흘러갔다. 이 편이 내게는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