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파리 루브르박물관
파리에서 마지막 날. 숙소에 새롭게 도착한 사람들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나는 마지막이고 이들은 시작이다. 파리로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런지, 그들의 들뜬 대회가 부러워진다.
긴 대기시간을 버티고 에펠탑에 올랐다. 몽쥬약국에 들러 선물용 화장품을 잔뜩 샀다. 셍제르망, 마레지구를 한참 헤매다가 시간이 이렇게 됐나 싶어 서둘러 루브르로 향한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 다리도 아프고, 잔뜩 산 화장품과 대용량 바디로션이 어깨에 매달려있지만, 걸음을 멈출 순 없었다. 휴관일을 체크 하지 못해 꼬여버린 스케줄이 안타까웠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있어야 모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을까. 잠깐 쉬어갈 겸 자리를 잡고 비너스와 니케를 스케치한다. 그마저도 시간에 쫓겨 급하게 마무리 짓는다. 옆에서 스케치를 하던 노인은 한참을 걸려 선 하나를 신중하게 긋는다. 그 여유가 부럽다.
결국 폐장시간까지 버티다 떠밀려나듯 루브르를 나왔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춥고 배고프고 피곤했다. 못한 것들이 떠올라 아쉬웠다. 그리고 상상도 못할 새로운 내일에 가슴이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