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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rame Feb 24. 2016

노을이 반짝이는 파편으로 조각나는곳

#16. 암스테르담, 트램과 운하

14.12.28, 암스테르담, 트램

끝없이 이어지는 레일과 전선은 길의 넓고 좁음을 가리지 않고 펼쳐져 있다. 좁은 골목으로 행인들과 닿을 듯 아슬하게 달리다가 이내 방향을 틀어 운하를 넘나들며 유람선과 함께 달리기 시작한다. 복잡한 암호표 같은 노선표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결국 내가 어디 있는지 찾기를 포기했다. 그래도 상관없지 싶다. 느긋한 트램의 뒷좌석에서 레일 끝으로 빨려 들어가는 암스테르담의 골목을 바라보는 일은 꽤나 재미있기 때문이다.

14.12.28, 암스테르담, 운하

그래서 어디쯤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 거다. 트램을 타고 하염없이 돌다가, 운하 너머로, 뾰족한 건물의 실루엣 뒤로 발간 노을이 물들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지체없이 내렸기 때문일 거다. 운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고, 찰랑거리는 작은 공터에 벤치가 있었다. 이따금씩 크고 작은 배들이 지나가며 물결을 일으키는 곳이었고, 수면에 반사된 노을이 반짝거리는 파편으로 조각나는 곳이었다. 그래서 겨우 한 장의 스케치를 남기고 암스테르담을 떠났다. 이곳을 다시 찾아올 수도, 이 노을을 다시 맞이할 수도 없음을 알았기 때문 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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