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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rame Mar 04. 2016

지루한 일상은 의외로 달콤했다.

#19. 마냥 머무르고픈 베를린

 민박의 이불은 포근했고, 하숙생과 친구가 되었다. 아침저녁으로 나오는 한식은 입맛에 몹시도 맞았다. 숙소 5분 거리의 커피숍은 라테가 맛있다. 인테리어는 깔끔하고 의자는 편하다. 자동으로 연결된 와이파이는 끊김이 없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여행의 시간에서 만난 지루한 일상은 의외로 달콤했다.


14.12.31, 베를린, 어느 커피숍

 베를린에서 새해를 맞이했고, 5일을 머물렀다. 잘 알려진 관광지를 돌아다녔으며, 잘 알려지지 않은 뒷골목을 헤매고 다녔다. 전쟁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고, 잿더미 위에 구획되고 계획된 도시를 찾아볼 수 있었다. 시선을 잡아끄는 거리의 풍경은 아니었지만 살기 좋은 곳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음껏 늦잠을 잤을까. 그래서 별다른 일정도 없이 카페에서 빈둥거렸을까.

14.01.01, 베를린,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마냥 머무르고 싶었다. 여행을 멈추고 싶었다. 캐리어를 풀고 옷장 위에 올려놓고 싶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 노력하지 않고, 따라서 스케치도 하지 않고, 지겹고 익숙한 천장 아래에서 눈 뜨고 싶었다. 감기처럼 찾아온 피로는 며칠 동안 나를 괴롭히고, 떠나는 날, 파란 하늘과 함께 사라졌다. 가벼워진 발걸음, 개운한 마음으로 프라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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