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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rame Mar 14. 2016

'지잉'하고 국경을 넘었다

#20. 베를린에서 프라하로

15.01.03, 베를린에서 프라하 그 어디쯤

베를린에서 프라하로 가는 열차를 탔다.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어 외면했던 창밖 풍경은 어느새 완만한 지평선이 되어 열차를 따라오고 있었다. 6개의 의자가 붙어있는 컴파트먼트석. 국적도, 성별도 다른 4명이 서로 엇갈려 앉아 안 해도 그만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짧은 영어 실력에 겨우 대화를 쫓아가다 어느 순간,


'지잉'하고 국경을 넘었다.


 삼면이 바다로, 나머지는 철조망으로 막힌, 실제적으로 섬나라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육로로 국경을 넘는다는 것에 대해 굉장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론 꽤나 싱거웠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외교부나 국내 통신사가 보내주는 응급 연락처, 분 당 통화료 알림 문자 따위를 보고, '아 체코로 넘어왔구나' 알아차리는 정도니까.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실제적인 섬나라에 살고 있는 나는, 촌스럽게도 두근거리며 새로운 나라의 흔적을 찾기 위해 열심히 창밖을 두리번 거리는 것이다.

15.01.03, 베를린에서 프라하 그 어디쯤

 마음만 먹으면, 집 앞의 역에서도 해외로 나가는 열차표를 살 수 있는, 혹은 다른 나라로 출근했다가 퇴근길에 귀국할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있는 이들은 참으로 별것 아닐 것이다. 어떤 티도 나지 않는 국경을 넘으면서 안 해도 되는 이야기를 한다던지, 잠을 잔다던지, 부산스럽게 두리번거리는 아시안 청년을 호기심 넘치는 눈으로 바라본다던지. 그렇게 완만한 지평선을 친구 삼아 달리다가, '지잉'하고 국경을 넘는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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