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프라하, 마지막 밤
천문시계를 스케치했다. 정각이 가까워오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렸다가, 탄식 비슷한 것을 내뱉으며 뿔뿔이 흩어졌다. 이윽고 은근히 불을 밝히기 시작한 주황빛 도시 위로 작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릿한 비 냄새가 가득한 거리, 반짝이는 보도블럭을 밟으며 걸음을 옮겼다. 익숙한 길을 찾아 텅 빈 프라하성을 통과하여 황금소로 쪽 출구로 향했다. 인적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머리끝에 매달린 빗방울을 털어냈다. 오랜만이구나. 이런 고요는.
유난히 떠나기 힘들었던 프라하. 마지막 날, 부슬거리는 주황빛 밤을 나는 여전히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