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하루
달그락거리는 하루를 내려놓았다. 봄날 흩날리는 벚꽃 같은 내가 있었다. 끝없는 빗줄기 사이로 흐려진 세상 같은 순간이 있었다. 파삭하고 바스라져버릴 마음으로 또 하루를 살았다. 그리곤 떨어지는 눈송이에 감사했다.
지나간 풍경 같은 나날은 빠르게 내 뒤로 지나갔고, 그대로 잊혔다. 걸어온 날들이 날 붙잡진 않을까 싶어 고개를 숙이고 걸음을 재촉하다 보니, 어느새 난 이만큼 멀어져있었다. 우두커니 서 있는 내가 기특하여 고개를 들었다. 따뜻한 눈송이 하나가 콧등에 내려앉는다.
달그락거리는 하루를 내려놓는다. 내려놓은 것은 하루가 아니라 일 년일지도 모른다. 식은 커피 같은 추억일지도 모른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너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