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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rame Oct 30. 2015

오랫만에 등산을 했어

오랜만에 등산을 했어. 얇은 옷 몇 벌을 껴입고 디카를 챙겨 집을 나섰지. 슈퍼에서 초코바 두 개랑 비타민워터 한 통을 샀어. 허리에 매는 조그만 가방에 그것들을 욱여넣고 걸어보니 여간 불편한 거야. 비타민워터를 빼서 한 손에 들고 흥얼거리며 걸었지. 그러려면 가방은 왜 들고 나온 거람. 나원 참.

동네 앞 산을 오를까 옆 산을 오를까 고민을 좀 했지. 해 떨어질 시간을 생각해보면 옆 산까지 가는 건 무리다 싶었어. 앞 산은 북한산 옆 산은 도봉산. 서울의 이름난 봉우리를 사방에 거느리고 있는 우리 동네는 우이동. 페이스 북 위치정보엔 구리, 의정부 쯤나오더라.

오른발 다음엔 왼발, 이쪽 돌을 밟았다가 손으로 나무를 짚고 어잇차 이쪽으로. 밟을 자리가 여의치 않으니 발목에 힘을 잔뜩 주고 훌쩍. 쓸데없는 고민하다간 발을 헛디딜지도 몰라. 정신없이 몸을 움직이다 고갤 들어보면 빠알간 단풍이 잔뜩. 허허 이거 참.

정상에 올라 지는 해가 인수봉을 발갛게 물들이는 걸 멍하니 바라봤어. 아득한 지평선까지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는 걸 바라봤어. 아주 일상적이고도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던 것같아. 그래서 더 이상은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어. 허락된 하루를 살아가고, 허락된 걸음을 옮기고 있잖아. 그거면 된 거다 싶었어. 노력했는데 아니라면 내 것이 아닌 거야. 허락된게 아니니까 이만 내려가자구. 이러다 해 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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