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5개월이 된 아들과 남편, 그리고 나 우리 세가족, 행복하게 살자며
가족계획을 마친 상황에 둘째가 찾아왔다.
여름도 됐는데 출산 전 몸무게로 돌아가지 않아 한참 샐러드를 먹으며 식이조절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몸의 변화를 감지했다.
약국에서 임신테스트기를 사 오던 퇴근길.
두줄이면 어떡하지? 한 줄이면 어떡하지? 이래도 저래도 고민되던 퇴근길이었다.
약사님의
"아침 첫 소변으로 하는 게 정확해요"
"네"
친구들에게 이런 상황을 알리니까 아줌마들 카톡방에 ‘궁금해서 아침까지 어떻게 참나,’
‘지금 그냥 해라...’ 본인들이 더 들떠서 재촉하는 메시지들에
'내일 아침에 할 거야'답장을 보냈지만
핸드폰을 내려놓고 화장실 앞에서 왔다 갔다 했다
결국, 참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임신테스트기의 포장지를 뜯었다.
첫째 때는 아주 희미하게... 매직아이를 할 때처럼 실눈을 겨우 떠가며 봐야
보일 듯 말 듯 한 두줄이었다.
몇 날 며칠을 테스트기를 사용하며 임신 확인을 했었다.
둘째는 존재감이 확실했다.
5초도 안돼서 두줄이 나와버렸다.
'엄마, 엄마... 맞나 보네... 엄마야...'
한참 야근 중인 남편...
' 남편한테 어떻게 말하지?'
야근하고 돌아오자마자 얘기하면 피곤한데 더 피곤하게 만드는 거 아닐까?
가장의 무게…뭐 그런 무거움에 지친 얼굴을 보이면 어떡하지?
나 역시도 기쁨보다는 무거움이 더 컸기에 남편 역시 임신 사실을 알면
부담스러워하는 표정을 해도 이해하자며 남편 반응까지 상상하며 혼자 마음을 추스르고,
임밍아웃 타이밍을 고민했다.
퇴근한 남편, 씻고 맥주 한 캔 마신다며 식탁에 앉은 남편 얼굴을 보니
무슨 말부터 할까, 어떻게 말할까? 고민한 사람 맞나 싶게...
그냥
툭
“ 나 둘째 가졌어”
말이 나와버렸다.
내 말을 듣자마자 남편 입술에 웃음꽃이 피며
" 진짜, 진짜 그럴 줄 알았어~"
"뭐?"
"생리할 때 됐는데 안 한다고 할 때 딱 감이 왔었지"
"이야, 피곤했는데 피로가 쏴악 풀리네~"
어머... 이 남자 뭐지... 사실 나보다도 더 육아에 지쳐 아들 하나 잘 키우자며 가족계획을 적극적으로 세웠던 분이신데... 몇 시간 동안 기뻐하지도 못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고민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남편 때문이었는데...
뭐지... 뭐지…
하지만 나도 이제야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밤열시에 신이 나서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부모님에게 당장 알리고 싶다며
기뻐하고 고맙다며 포웅해주는 남편.
첫째가 아들이니 둘째는 딸이었으면 좋겠다며
벌써부터 김칫국 마시는 남편을 보며
이제야 나에게 찾아온 생명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게 되었다.
퇴근길,
두 아이 유모차 태워 땀 뻘뻘 흘리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엄마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잘할 수 있을까? 언제 키우지? 하는 마음이 훅훅 들어온다.
기쁘고 감사하면서도 현실 육아에 한 번씩 마음이 흔들린다.
내 나이 벌써 마흔이기 때문이다.
이제 내 노후를 준비하고 싶은 나이인데...
둘 아이의 육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망막하기도 하고
다른 건 몰라도 20년 전의 내 체력만 다시 돌릴 수 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