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며 이 다양한 사람들을 매일 마주하게 된다. 사회에 들어선지 3년 밖에 안 된 아직은 어린 햇병아리이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회사는 ‘세상 속 또 다른 작은 세상’이라는 말에 뼛속 깊이 공감하게 된다. 처음에는 잘 몰라 데면데면했던 사람들도 가족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면서 알고 싶지 않아도 속속들이 알게 되어 버린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의 절반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다 보면 이래저래 서로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게 된다. 물론 내가 그들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내 스스로의 기준 안에서 판단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나’를 더 적나라하게 마주하게 된다. 나를 화나게 하고 짜증나게 하는 사람,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사람, 나를 실망시키는 사람 등 다양한 상황과 인간을 마주하면서 느끼는 내 감정과 기분이 도리어 나를 직면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랍도록 진실된 내 모습에 도리어 당황하게 된다.
‘저 사람은 왜 저러는 거야?’, ‘이 사람은 이게 마음에 안 들어.’, ‘이건 좀 아니지 않아?’ 등. 다양한 상황들은 내가 이런 기분을 느끼게끔 한다. 처음에는 그 사람을 탓하고 원망했다. 왜 저렇게 생겨 먹어서 나를 힘들고 짜증나게 하는 거야, 라면서. 그런 사람을 자주 접할수록 힘이 빠지면서 일도 하기 싫어지고, 심지어는 다음날 출근까지 하기 싫게 했다. 나를 이렇게 만든 건 그저 ‘그 사람과 그 상황’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그럼 나는 사회 속에서 어떤 인간인가, 라고 반문해보게 되었다.
과연 나도 누군가에게 짜증감과 실망감을 안겨주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던가, 그들에게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던가, 하고 말이다. 결론은 아니다, 였다. 그리고 내가 직면한 상황과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들에서 도리어 내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나’라는 인간이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해도 얼마나 이기적이고 꼰대 같은지, 나 자신과 마주하는 ‘나’ 만은 그것들을 분명히 알아챌 수 있었다. 물론 다른 누군가도 이미 그들 스스로의 기준에서 나를 판단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