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스물아홉, 이제 서른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나이의 앞자리가 '3'으로 바뀐다는 건 내게 그저 까마득한 미래의 일일 줄 알았는데 어느새 코앞에 다가왔다. 그동안 내가 겪어왔던 20대의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소중하고 선명하다. 때론 나를 울게도 하고, 웃게도 했던 무수한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았던 만큼 발전하고 성숙해진 것은 분명하다. 여러 가지로 내게 20대는 '성장(成長)'의 시기였다.
내 20대의 가장 큰 화두는 '업'으로서의 성장이다.
2017년 26살, 내가 꿈꾸던 회사에 입사했다. 부산에서 홀로 상경하여 꿈을 좇고자 한 내게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신입사원에 계약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하나의 가구 시리즈를 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신입사원이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맡아도 되는 건가, 라는 생각과 동시에, 내 이름을 건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기쁨과 설렘에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났다. 그래서 처음이기에 서툴고 잘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일임에도, 5년 차 대리님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능숙하지 못한 나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잘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게 답답하기도 했다. 그리고 사회는 일일이 가르쳐줄 만큼 친절하지 않았고,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답을 찾아나가야 했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부족함과 한계도 많이 느꼈다. 업무시간 내에는 정해진 출시일을 도저히 맞추기 힘들어 매일 야근에,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일했다. 주말을 김밥 한 줄로 때우며 회사에서 일하고 있자니, 참 서럽기도 했다. 계약직 월급으로 일주일 내내 일만 하고 있는 내가 처량하기도 하고 안쓰러웠다. 하지만 힘들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매일 아침 내가 꿈꿔왔던 회사에 출근할 수 있음에 감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자인 업무 특성상 출시 기간에는 밤샘이 잦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기도 했고, 뭐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확신에 차 있었던 패기 로운 신입사원이었기에 가능했다. 힘들었지만 하루하루가 보람차고 즐거웠다. 비록 일 년 가까이 준비했던 가구는 출시되지 못했지만, 지난 내 모습을 되돌아봤을 때 훗날 좋은 밑거름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나는 일 년 후 정규직이 되었고 처음으로 계장이라는 직함이란 것을 달았다. 그리고 2020년 지금, 내 꿈을 펼칠 수 있는 회사에 좋은 기회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그간 참 고생 많았다. 부족함은 있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다시 그때처럼 똑같이 일 하라면 또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렇게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나는 한 걸음씩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꿈'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한 새로운 성장을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 친구와 버킷리스트를 작성한 적이 있다. 앉은자리에서 100여 가지를 쭉 써 내려갔었는데, 그중 한 가지가 '내 이름으로 책 출판하기'였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내 꿈은 현재 진행 중이다. 언젠가 내 이름이 새겨진 책을 출판하고, 사람들에게 꾸준히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 항상 가슴속에 품고 있던 꿈이었는데, 왜 그렇게 글쓰기가 힘들었을까. 책을 읽는 건 쉬운데, 글은 한 자 써 내려가기가 참 어려웠다. 그러다 2년 전 우연히 '사각사각'이란 글쓰기 모임을 알게 되었고, 딱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꾸준히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제 3년 차에 접어든 글쓰기에서는 햇병아리지만, 일단은 꾸준히 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글쓰기라고는 일기 쓰기에 그쳤던 내가 부족하지만 시,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시도해보게 됐다는 것도 큰 발전이다. 그리고 얼마 전 간절히 바라 왔던 브런치의 작가가 되었다. 운 좋게도 내가 쓴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오기도 했는데 이를 발판 삼아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써나가면서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 내 최종 목표는 책을 출판하는 것이지만, 매주 글을 써 내려가면서 나를 돌아보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늘 마음은 있었지만 막상 시도하기에 어려웠던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것, 그리고 그 속에서 나를 들여다보고 발견하는 과정 자체가 나에게 큰 성장이다.
'관계'에서의 성장이다.
20대를 돌이켜보면 한해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알게 되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면서 만난 회사와 업체 사람들. 취미와 여가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오랜 시간 동안 지켜봐 왔고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내 삶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된 소중한 사람들. 앞으로 나와 평생을 함께 걸어 나갈 인생의 동반자까지. 학생 범주 내에 있던 관계들이 사회라는 수면 위에 떠오르면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접하게 되었다. 관계와 관계는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 풀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 관계 속에서 나를 더 뚜렷하게 마주하는 게 불편하기도 했다. 관계 속에서 나라는 존재는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나라는 인간은 이런 모습도 가지고 있구나, 를 깨닫게 되기도 했다. 사람은 관계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나 또한 어떤 사람과 함께하고 있느냐, 주위에 어떤 사람들이 있느냐에 따라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한 사람의 말 한마디가 내 인생 전체를 뒤바꿀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이 보여준 삶이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다. 내 20대를 돌이켜보면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하지 않은 사람 없이, 참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내 인생관과 가치관, 그리고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많은 관계들도 있었다. 사람 대 사람, 혹은 나 자신과 관계에서의 고민은 올 한 해 나를 참 성숙하게 만들었다.
스물아홉, 이십 대의 끝자락에 서서 20대를 되돌아보니 참 감사한 일이 많았다. 이제 나의 소중한 20대를 잘 보내주고, 30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려 한다. 아마 서른엔 더 즐겁고 감사한 일들로 가득 차지 않을까 싶다. 기대된다. 내가 만들어갈 나의 서른이. 더 성장해갈 나의 30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