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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띠 Jan 31. 2021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한 우리에게

디지털에 중독된 나, 그리고 우리-




하루의 대부분을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시나요- 라는 질문을 받았다. 깊게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에 곰곰, 내 하루를 가만 들여다보니 안타깝게도 그건 디지털 기기였다.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간밤에 새로운 소식은 없었는지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일이다.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는 요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곧장 노트북을 켜고 업무를 시작한다. 하루 종일 컴퓨터를 들여다보다 정신없는 하루가 끝이 난다. 일이 끝나면 습관적으로 티브이를 켠다. 어제도 보고 그제도 봤던 프로그램인데 일단 티브이가 켜져 있어야만 허전하지 않은 느낌이다. 귀는 티브이에, 눈과 손은 어느새 또 스마트폰을 향해있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은 필수이다. 침대에 누워서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넘쳐나는 화면 속 거대한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렇다고 딱히 얻은 정보도 없는데, 시간만 죽이고선 그렇게 잠이 든다. 



디지털 기기가 없었던 세상은 어땠는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이제 우리 삶에 깊이 침투해있다. 세상의 모든 소식과 정보, 멀리 떨어져 있는 지인들과의 연락, 학원에 가지 않아도 플레이 재생만 누르면 눈 앞에 펼쳐지는 실시간의 강의들, 수백만 권의 책을 꺼내 읽을 수 있는 전자 독서, 은행에 직접 가지 않아도 터치 하나로 금융 업무가 처리되는 것 까지. 이 모든 것들이 그저 내 손바닥 안의 작은 디지털 기기로 가능해졌다. 출퇴근길 지하철에 가만, 오늘도 어김없이 스마트폰을 확인하다 문득 고개를 들었다. 놀랍게도 단 한 사람 예외 없이 모두 스마트폰을 들였다고 있었다. 새로울 것도 없었지만, 알고 있는 걸 직접 확인하고 나니 조금 충격적이었다. 잠시의 깨달음도 얼마 가지 못하고 이내 잠금화면을 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화면을 끄면 더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을 텐데 왜일까, 나는 이미 디지털기기에 중독되어 버렸다.



디지털 디톡스란 (출처: 한국경영원)



내 삶의 많은 부분을 구속하고 있는 디지털 기기에서 이제 자유로워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손으로 글 쓸 일이 있었는데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자판에 너무 익숙해졌는지 손글씨가 잘 써지질 않았다. '아'라고 적고 싶었는데 '허'라고 쓰고 있는 나를 보며 충격을 받았다. 언젠부턴가 기억력도 가물가물하고, 말도 두서없이 잘 나오질 않는데. 나도 말로만 듣던 디지털 치매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에 무서웠다. 무엇보다 내게 쉼을 주기 위해 멋진 곳으로 떠났음에도, 그 아름다운 풍경과 순간을 눈 앞에 두고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 게 가장 컸다. 디지털 기기 속 자극에 익숙해진 나머지 어느샌가 세상 밖의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 



생활 속 디지털 디톡스하는 방법 (출처: 한국경영원)



어렵겠지만 이미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디지털 문명 속에서 조금씩 거리 두는 연습을 해볼까 한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정보들로 스스로 생각할 틈 없이 용량 한도 초과된 우리 머릿속에- 이젠 여백을 주어야 한다. 출퇴근 길에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고개를 들어 파아란 하늘을 눈에 담아본다. 잠들기 전엔 머리맡에 놓아둔 책을 펼쳐 검은 활자를 보며 잠이 든다. 안부를 묻기에 카카오톡도 좋지만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편지도 한 번 써서 전해 본다. 노트북으로 자판을 두드리는 것도 좋지만 손으로 하고 싶은 말을 쭉 써내려 가본다. 이미 많은 부분 디지털에 익숙해진 삶을 살고 있지만, 결국 우리는 일상에 여백을 주고 나만의 이야기를 담아내야 한다. 새로운 문명이 주는 편리함 속에서도 본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고유의 아날로그적인 가치를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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