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의인은 자기 길을 갈 것이요... _욥17:9
1 "내 기운이 없어졌고 내 수명이 다했으니 무덤이 나를 위해 준비돼 있구나. 2 조롱하는 사람들이 내 옆에 있지 않느냐? 내 눈이 그들의 분노를 쳐다보고 있지 않느냐? 3 이제 놓아주시고 친히 나를 위해 보증해 주십시오. 나와 손바닥을 마주칠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4 주께서 그들의 마음을 닫아 깨닫지 못하게 하셨으니 그들을 높여 주지도 않으실 것입니다. 5 한몫 받으려고 친구를 험담하는 사람은 그 자식들의 눈이 멀게 될 것입니다. 6 그분이 나를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삼으셨으니 사람들이 내 얼굴에 침을 뱉습니다. 7 내 눈이 슬픔으로 침침해지고 내 몸의 모든 지체들은 그림자 같구나. 8 정직한 사람은 이 일에 놀라고 죄 없는 사람은 위선자들 때문에 격동할 것이다. 9 그러나 의인은 자기 길을 갈 것이요, 깨끗한 손을 가진 사람들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10 그러나 너희 모두는 돌아오라. 내가 너희 가운데 지혜로운 사람을 찾지 못하겠노라. 11 내 인생이 지나갔고 내 계획과 내 마음의 생각마저도 부서졌도다. 12 그들이 밤을 낮으로 바꾸니 어둠으로 인해 빛이 짧구나. 13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덤으로 내 집을 삼는 것이요, 어둠 속에 내 침대를 깔아 놓는 것이로다. 14 내가 무덤에게 '너는 내 아버지다'라고 말하고 벌레에게 '내 어머니, 내 자매다'라고 했도다. 15 그러니 내 소망은 어디 있느냐? 내 소망을 누가 보겠느냐? 16 내 소망이 나와 함께 무덤으로 내려가겠느냐? 나와 함께 흙 속에 묻혀 버리겠느냐?" _욥17:1-16, 우리말성경
조명은 계속해서 욥을 비춘다. 그의 독백은 이제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의 체념으로 가득하다. 그의 목소리는 자신의 수명이 다하고 무덤만이 남았음을 말할 때, 모든 것을 놓아버린 듯 낮고 힘이 없다. 그는 친구들을 향해 마지막으로 한번 더 일갈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논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어리석음에 대한 최종적인 선고와 같다.
그러나 이 깊은 절망의 독백 속에서, "의인은 자기 길을 갈 것이요"라고 선언하는 순간만큼은 그의 목소리에 꺼져가는 불씨 속에서 타오르는 마지막 불꽃처럼, 짧지만 강한 의지가 실린다. 이 장면은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현실적 소망이 사라진 자리에서도, 자신의 길을 고수하겠다는 신념의 선언이 얼마나 비장하게 울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곧이어 나올 욥의 묵상 내용처럼, 그가 이미 강한 단련의 과정 속에 있음을 암시한다.
8 정직한 사람은 이 일에 놀라고 죄 없는 사람은 위선자들 때문에 격동할 것이다. 9 그러나 의인은 자기 길을 갈 것이요, 깨끗한 손을 가진 사람들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_욥17:8-9
욥기 17장에서 욥의 절망은 극에 달한다. 그는 "내 수명이 다했으니 무덤이 나를 위해 준비돼 있구나"(17:1)라고 선언하며, 자신의 유일한 소망은 무덤과 벌레를 가족으로 삼는 것뿐이라고(17:13-14) 말한다. 친구들과의 논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고, 자신의 인생과 계획은 모두 부서졌다.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주관적인 희망이 완전히 소멸된 상태다.
그런데 이 모든 체념과 절망의 독백 한가운데서, 가장 예상치 못한 객관적인 진리의 선언이 터져 나온다. 그는 자신과 같은 의인이 겪는 부조리한 현실에 다른 이들이 놀라고 격동할 것을 말하면서도, "그러나 의인은 자기 길을 갈 것이요, 깨끗한 손을 가진 사람들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17:9)라고 선언한다.
이것은 자신의 감정이나 상태에 대한 묘사가 아니다. '나는 강하다'가 아니라 '의인은 강해질 것이다'라는, 자신을 넘어선 객관적인 원리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다. 모든 희망이 사라진 잿더미 위에서, 욥은 자신의 경험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이 믿음을 어떻게 고백할 수 있었을까? 바로 이 지점에서 고난의 신비, 그리고 단련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깊은 통찰이 시작된다.
정직하고 의로운 자들이 잘 살고 불의한 이들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우리는 언제나 현실 속의 부조리와 괴리감에 혼란스러워 한다. 대부분의 현실은 우리를 격동케 하고 좌절하게 한다. 이해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길을 잃거나 현실에 동화되어버리기도 한다.
하나님 앞에서 철저히 의롭게 살아온 욥은 이 현실 한 가운데서 격동하며 비명을 지른다. 친구들의 말은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욥은 끝까지 자기 길을 가겠노라고 선언한다. 의인의 결국에 대해서도 소망을 잃지 않는다. 다만 현실이 너무나 고통스러울 뿐이다.
끝까지 자기 길을 가기로 결정한 의인의 앞날은 결코 밝지 않다. 의인이 강해진다는 의미는 복을 받아 저절로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큰 고난을 겪으며 단련되어 강해진다는 의미다. 깨끗한 손을 가진 사람은 깨끗하게 보존되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의 처절한 싸움 속에서 강한 손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 싸움은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만만한 싸움으로는 단련되지 않는다. 앞이 보이고 그럭저럭 살아갈 만한 삶이 아니라 도대체 내가 여기에서 왜 이러고 있으며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으며 위기감이 몰려오는 그 때 우리는 성장하고 단단해질 것이다. 욥은 가만히 앉아서 등만 긁으며 한탄만 하다가 잘 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욥은 강하게 단련중이다. 욥은 어떤 와중에서도 - 간신히 붙잡고 있을지언정 - 하나님께서 자신을 지키시고 인도하실 것이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 이것이 현실적인 신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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