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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프릭 Jul 19. 2024

구세대로 가기 위한 준비

아들 하나 딸 하나

아빠는 아들에게 모든 것에 대해 가르침을 주고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내 아들이고, 우리집에서 자라는 아들은 당연히 내가 아는 범위를 알고, 내가 알려주는 것만 알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어릴 때는 항상 엄마 아빠 사이에서 잠을 잤고, 동생이 생겨도 아들은 내 옆에서 잤으니 뭐 항상 내 바운더리 안에 있다 생각했다. 초등학생 때 김광석과 신해철을 듣고 즐기는 것도 내 영향으로 생각하고 뿌듯해 했고, 내가 아는 음악만 들으면 충분하다 여겼다. 어릴 때 즐기던 드래곤볼을 소개해 주고 재미있어 하는 모습을 보며 신이 났고, 이어서 슬램덩크를 알려주고, 데스노트를 알려주고, 강철의 연금술사를 알려주었다.- 너무 잔인한 북두신권과 공작왕은 슬쩍 넘기고 - 역시 재미있어 하는 걸 보며 나는 역시 내 아들이구나 하면서 기뻐했다.


그런데 아들은 자라면서 어디서 내가 전혀 모르고 접하지 않던 것들을 듣고 보고 와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들의 뮤직앱엔 나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일본 노래들이 잔뜩 들어있고, 드럼을 쳐서 그런지 나는 전혀 듣지 않던 메탈음악도 많이 듣고 있었다. 물론 내가 듣던 음악도 듣는다. 내가 알려준 것이 베이스라면, 점점 플러스 알파가 생겨나는 것 같더니 이젠 플러스 알파가 그 베이스보다 많아졌다. 처음엔 내가 만화책을 소개해 주었는데, 이제는 내가 아들의 책꽂이에 가서 못보던 만화를 빌려 본다. 어느날은 진격의 거인이라는 만화를 열심히 탐독하고 있길래 보니, 잔인하기가 북두신권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다.


세대의 전수는 결코 복제가 아니다. 다음 세대는 이전 세대를 기반으로 하되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반드시 영역을 확장한다. 그 범위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 베이스에서 그런 플러스 알파가 나오리라고 상상하기 힘든 것들도 많다. 다음 세대는 이전 세대를 보고 배우되, 언제나 이전 세대를 앞서기 위해 노력한다. 그 다음 발자국을 염원하고 어떻게든 내딛는다. 통제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그래서 이전 세대는 구세대가 되고 신세대는 구세대가 따라가기 힘든 것을 영위한다. 그러면서 세상은 더 발전하고 향상된다. 


아들은 이제 키도 나만해 지고, 다리털은 나보다 많으며 얼굴도 나보다 잘 생긴 것 같... - 신체적인 것도 플러스 알파라니! - 화면 속의 친구들과 자율학습을 하고 이젠 설명해 줘도 모를 것들을 배우고 있다. 이제 내가 아들의 공부를 옆에서 도와줄 방법은 그저 책을 사주고 학원을 보내주는 것 이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아들이 장성하여 하게될 일들은 아마도 내가 지금은 전혀 모를 영역일 확률이 더 클 것이다. 


그럼에도 고전을 읽으라고 하고 나의 가치관과 신앙을 말해준다. 앞서 말했듯이 확장은 베이스를 기반으로 하기에, 나는 그 베이스를 계속 심어줄 수 있다. 이전 세대의 역할은 그것이다. 올바른 베이스를 깔아주는 것. 보다 더 바람직한 확장을 할 수 있도록 근본된 것을 알려주는 것. 세상의 주인이 누구며, 우리는 왜 창조되었는지를 알려주는 것을 계속 해야, 결국 바른 진리를 기반으로 한 확장과 발전이 다음 세대로부터 비롯될 수 있을 것이다. 


아들에게 점점 배울 것이 많아질 것이다. 이젠 플러스 알파라고 여긴 것들이 아들 고유의 베이스가 되고 내 것이 플러스 알파가 될 것이다. 이 당연한 일을, 왜 이제야 깨닫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다음 세대에게 가르침을 주던 이전 세대는, 다시 다음 세대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보다 더 단단한 기반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세대도 또한 그 다음 세대를 위한 그들의 중요한 역할이 있음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엔 그 모든 것의 근본에 '진리'가 있음을 알게 된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2021년 기록.


#다음세대 

#이전세대의역할

#꼰대금지

#잘생긴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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