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지난 금요일에 에델만 HR팀 매니저가 역할에 대해 좀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테크니컬 디렉터와 다시 한번 미팅을 주선해주겠다고 했다. 일단 왜 추가 과정 없이 바로 오퍼를 줬는지가 궁금했고, 내가 합류하게 되면 어떤 환경에서 일하게 되는지를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회사를 평가하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줌 미팅을 하게 됐고 궁금했던 점에 대해 다 물어보고 나니 마음을 확실히 정할 수 있었다.
Green flags
나에게 바로 오퍼를 준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마케팅과 프로그래밍 영역을 다 이해할 수 있는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은 희귀하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로는 이렇게 빼곡하게 초록색인 깃허브 대시보드는 처음 보았다며 혼자서도 계속 공부해나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더불어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스스로 프레임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해왔던 문제해결력이 돋보여서 팀에 조인하게 되면 기술팀과 아닌 사람들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내가 하게 될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 클라이언트의 캠페인 종류에 따라 다양하고 흥미로운 여러 프로덕트를 개발해볼 수 있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딱히 기술 스택의 바운더리를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테스트해보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볼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해주겠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여러모로 내 마케팅 경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는 느낌이라 여기에서 일하게 된다면 애드테크 분야의 엔지니어로 경력을 쌓아가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Red flags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고 자율성을 보장해주겠다는 말이 일견 긍정적으로 들리긴 했지만, 대놓고 에델만은 큰 회사지만 엔지니어링 팀은 스타트업처럼 움직일 거라고 이야기하기에 조금 흠칫했다. 사회 초년생 때야 일만 재미있으면 고생은 조금 해도 된다!!라는 열정이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사서 고생하고 싶지가 않다...ㅋㅋ 그리고 프로젝트의 규모는 대부분 프로토타이핑일거고, 엔터프라이즈 레벨로 프로덕트를 개발할 일은 거의 없을거라고 했다. 게다가 테크스택을 들어보니 노드와 핸들바를 주로 쓴다고.....(핸들바라고여...? 핸들바...?) 리액트를 쓰고 싶다면 써도 되지만 아직까진 많이 쓰고 있진 않다고 했다. 내가 쓰고 싶은 기술 스택이 있다면 뭐든 써도 되고, 하고싶은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걸 계속 강조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맨땅에 혼자 헤딩할 일이 많겠구나 싶었다... 결정적으로 코드 테스팅 방법에 대해 물었더니 빠르게 제품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지 테스팅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기에 여기에서 과연 내가 제대로 된 시니어 엔지니어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비록 연봉은 잘 받을 수 있을지언정 내가 1순위로 생각하고 있는 탄탄하게 트레이닝을 해줄 수 있는 회사라는 조건에는 맞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미팅을 마치고 보다폰 HR 매니저한테 다른데서 오퍼를 이 정도 연봉 레벨로 받았는데 혹시 맞춰줄 수 있겠냐고 카운터 오퍼 메일을 보냈다. 그랬더니 기본급을 10% 올려줬고 1년 안에 미드 레벨로 성장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 해주겠다고 했다. 결론적으로는 에델만과 같은 수준으로 보다폰에서도 연봉을 받을 수 있게 되어서 보다폰의 오퍼를 수락하기로 했다. 사실은 다른 스타트업과도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었어서 그쪽에도 거절 메일을 보냈더니 다급하게 연락이 와서는 그날 당일에 CEO랑 면담하고 나서 바로 오퍼를 줄 수도 있다고 했다...근데 어차피 안 갈 거 서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추가 면담은 안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오전에 보다폰으로부터 기본급이 수정된 최종 계약서를 받았고 기쁜 마음으로 사인을 했다. 그리고 작년부터 근 1년 동안 개고생 해온 나에게 보상을 주겠다!!! 라는 마음으로 본드스트릿에 가서 생애 첫 명품백을 지르고 왔다ㅋㅋ 안타깝게도 내가 눈독 들이던 모델은 3월부터 이미 품절이었다고 해서 비슷한 디자인의 다른 컬러로 사들고 왔다. 예전부터 내 연봉의 10% 이하로 명품 브랜드의 가방을 살 수 있는때가 오면 처음으로 제대로 된 백을 사겠다고 기다려 왔는데 드디어 로망을 이루게 되었다 ㅋㅋ
암튼 이젠 혹시나 최종 오퍼 취소되면 어쩌나 그만 걱정하고 2년 동안 홀리데이 없는 워킹 홀리데이를 버텼으니 출근 전까지 진짜 홀리데이를 즐기며 열심히 놀러 다녀야겠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