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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다 May 30. 2018

포르투를 느리게 여행하는 법

현지인 코스프레는 이 곳에서

    리스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여행지가 아니기에 대표적인 관광지 이외에는 포르투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가이드북만 읽고 나면 히베이라와 구시가지 외에 볼 것 없는 도시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진정한 포르투의 매력은 관광객이 넘쳐나는 그곳을 벗어났을 때에 비로소 빛난다. 여행을 왔지만 관광객이 되고 싶지는 않을 때, 사람들에 치이지 않고 조용히 여행하고 싶을 때 찾아가면 좋을 포르투의 몇 가지 스팟을 소개한다.


포르투의 아이콘들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 Infante 다리

    에펠탑 속에서 에펠탑을 제대로 볼 수 없듯이, 히베이라 또한 그렇다. 아기자기한 히베이라의 풍경과 포르투의 아이콘인 주황색 지붕, 도오루강을 가로지르는 동루이스 다리를 한눈에 담으려면 히베이라에서 강가를 따라 15분 정도 걸어 Infante 다리로 가길 추천한다. 강가를 따라 걷다 다리 위로 올라가려면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하지만, 오르고 난 후에는 고생이 아깝지 않은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포르투에 도착한 첫날, 히베이라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지나오게 된 장소였는데, 이 곳에서 마침 비 갠 후 노을 지는 포르투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낭만적인 포르투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왠지 이 순간을 두고두고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현지인들의 서핑스팟, 마토지뉴스 해변

    시내에서 가까운 해변은 포즈 두 도우로(Foz do Douro) 긴 하지만 메트로를 타고 조금만 더 외곽으로 벗어나 마토지뉴스 술(Matosinhos sul) 역으로 가면 훨씬 더 조용한 해변가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이곳은 에어비앤비의 호스트가 추천해서 찾아갔던 곳인데 한국인은커녕 동양인조차 찾아볼 수 없는 곳이었다.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꽤 높은 해변이라 많은 현지인들이 서핑을 하러 찾는 곳이고, 서핑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해변에 돗자리를 펴놓고 선탠을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휴식을 즐기는 곳이었다.

    마토지뉴스부터 포즈 두 도우로까지는 해변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찬찬히 걸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대략 40분 정도 걸어야 하지만 중간중간 벤치가 많고 그늘도 있어서 걷다가 힘들면 잠깐 쉬어갈 수도 있어서 체력적으로 그렇게 부담되는 거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치가 좋기 때문에 바다를 바라보며 걷다 보면 체감상 금방 포즈 두 도우로에 도착한다. 포즈 두 도우로까지 걸어왔다면 500번 버스를 타고 시내 중심인 상 벤투 역까지 돌아올 수 있다. 시내까지 돌아오는 동안 도우루강을 따라 달리기 때문에 눈이 시원해지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비싼 관광객용 옐로우버스와 같은 노선이어 더 개이득인 부분bb


포르투의 에덴공원, 셰랄베스 현대미술관

    개인적으로 현대미술관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느 도시에서든 꼭 현대미술관을 들러본다. 포르투에서 가장 모던한 지역인 보아비스타(Boavista)에 위치한 셰랄베스 현대미술관은 1999년 문을 연 이래로 현대 포르투갈 미술의 중심을 잡는 역할로 자리 잡아 왔다. 지금은 20세기 중반 이후의 미국, 유럽 미술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딜러인 Ileana Sonnabend의 컬렉션을 전시하고 있는 중이다. 주로 사진과 설치작품 위주의 컬렉션이었는데, 이번에 제프 쿤스의 작품을 실제로 처음 봤다.

머나먼 곳에서 한국인의 흔적을 발견하면 괜히 반갑다

    이 미술관의 백미는 프랑스풍 양식을 모티브로 한 아름드리나무가 가득한 넓은 정원이다. 아름드리나무 사이 정원 곳곳에는 미술작품이 설치되어 있는데, 그중에 한국인 작가의 작품도 있다. 지도를 보지 않고 걷다 보면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 길을 잃을 정도로 넓다. 멍 때리고 걷다가 같은 곳으로 세 번을 돌아온 나는 결국 정원을 다 보는 걸 포기하고 아무 데나 앉아서 책 읽다가 나왔다.


    여행의 분주함은 잠시 내려놓고 충전이 필요할 때, 이 장소들 중 하나쯤은 찾아가 쉴 수 있다면 좋겠다. 여행을 다녀와서 돌아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누군가 정해놓은 필수 체크리스트를 해치우듯 따라다니던 때가 아니라, 여행지의 풍경에 녹아들어 느릿느릿 내 페이스에 맞추어 여유를 즐겼던 순간들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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