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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다 Aug 02. 2020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다

미라클모닝 D+40 후기

    올해 상반기는 우울의 밑바닥으로 가라앉으려는 내 멘탈을 챙기느라 정신없이 흘러가버린 느낌이다. 락다운이 시작된 후 세 달 남짓의 기간 동안 내 물리적인 삶의 반경은 침대에서 책상으로 하루 천 보 이내를 벗어나지 않는 단순한 생활의 반복이었다. 때로는 숨 막히게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 때문에, 때로는 나는 절대 더 나아지지 못할 것 같다는 절망감에 허덕이곤 했다. 그러던 와중에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나에게 미라클 모닝 루틴 브이로그를 추천해주었다. 나는 한창 자고 있을 새벽 네시에 일어나서 내가 이루고 싶은 미래에 대해 상상하고 그걸 현실로 만들기 위한 실천을 해나가는 사람들의 브이로그를 보고 나니 왠지 나도 의욕이 샘솟았다. 눈 딱 감고 30일만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나도 데일리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다. 미라클모닝 책에서는 SAVERS라는 여섯 단계 루틴을 반복하길 추천하는데(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나는 내가 달성하고 싶은 성취목표에 따라 내 마음대로 조금 변형해서 다음과 같은 루틴을 만들어보았다.


1. 아침 7시에 일어나기

    락다운 기간 동안 생활패턴이 완전 박살이 나서 맨날 새벽 두 시 넘어 자러 갔다 아침 회의시간 임박해 일어나서 매일 비몽사몽 아침을 시작하곤 했다. 그래서 온전하게 정신을 차리고 업무에 집중하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렇게 생겨나는 비효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느니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처럼 너무 새벽 일찍 일어나기엔 내 생활리듬이랑은 맞지 않아서 두 시간만 기상시간을 앞당겨보기로 했다.


2. 운동하기

보통은 빅벤을 찍고 돌아오는 루트, 조금 컨디션 좋은 날은 St.James’ Park까지 뛰어갔다 온다.

    근 몇 달간 매일 집 - 마트 외에는 갈 곳이 없고 잠깐 집 근처를 산책하는 거 외에는 집에만 처박혀있었더니 고3 때도 찍어본 적이 없는 최대 몸무게를 경신했다;; 20대 시절처럼 그저 먹고 누워있어도 살 안 찌는 체질은 이제 끝났다는 걸 인정하고 당장 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1년 전 참가했던 10km 마라톤에서 기록한 페이스를 회복하기 위해 하루에 3km 러닝을 처음에 목표로 했었는데, 매일 달리는 게 이젠 너무 힘들더라;; 그래서 러닝 외에도 즐겁게 해 볼 만한 홈트레이닝 유튜브 비디오들을 찾아서 최소 하루 30분을 움직이는 걸 목표로 했다.


3. 독서하기

요새 넘나 재밌게 읽는 중인 핑거스미스. 두껍지만 책장이 쉴 새 없이 넘어가는 마성의 책이다.

    나는 주로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 안에서 책을 읽는 게 습관이었는데 집에만 있다 보니 따로 시간을 빼두지 않는 한 책 읽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독서 리스트를 만들어두고 하루에 읽어야 할 목표 페이지 분량을 정해서 꾸준히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4. 영어공부

학생 시절 공부했던 문법 내용들이 새록새록 기억난다

    확실히 작년에 처음 영국에 왔을 때에 비하면 듣기와 읽기는 많이 편해졌고, 쓰기도 매일 소셜 계정에 업로드할 카피라이팅을 하다 보니 많이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스피킹은 가끔 내가 8살짜리인가 싶게 너무 막무가내로 문장을 구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문법을 다시 한번 다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설의 문법책인 Grammer in Use를 하루에 한 챕터씩 필사하고 소리 내서 읽어보고 문제를 풀어보면서 공부하고 있다.


5. 코딩공부

Github에 열심히 잔디를 심어봅니드아

    지난 몇 달간 남자친구의 스파르타 코딩캠프덕에 기본적인 반복문 코드나 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파이썬 패키지들을 사용하는 건 많이 익숙해진 것 같다. 파이썬 코딩이 익숙해진 김에 원래 반복적으로 해오던 자사몰, 아마존 국가별 마켓플레이스 판매 데이터 취합, 재고 리스트 관리, 각종 페이드 채널 운영 데이터를 한데 모으고 분석하는 업무를 숫자 몇 개만 바꾸면 업데이트 할 수 있도록 자동화시켜버렸는데 그동안 코드 오류 날 때마다 머리를 쥐어뜯어온 고통의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ㅠㅠ 그치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데이터 소스들을 데이터베이스에 옮기고 백엔드부터 대시보드 프론트엔드 단계까지 구현해보면 재밌을 거 같아서 일단 SQL문법과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모델링 방법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6. 일기쓰기

일기를 다 쓰고 나면 포도알 모으듯이 스티커를 붙여 마무리한다 ㅋㅋ

    미라클 모닝 저자는 확언(Affirmation) 단계를 통해 내가 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과 단기적인 목표들을 일기장에 적어 보고 명상하며 이걸 상상해보는 시각화(Visualization) 단계를 시도해보도록 추천한다. 처음에는 이걸 적어보면서 끊임없이 해야 할 일의 목록을 늘려가는 느낌이라 숨 막혔었는데 루틴을 반복하다 보니 목록을 적어내리는데에 집중하기보단 내 마음가짐에 대해 적어보는 게 본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되고자 하는 모습을 적다 보면 내가 현재에 왜 불만족스러운지를 알게 되고 그걸 개선하려면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명료하게 알게 된다. 나는 스스로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치를 세우고 그것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할 때면 나를 심하게 다그치면서 오히려 의욕을 잃어버리는 나쁜 사이클에 가끔 빠지곤 하는데, 꾸준히 일기를 쓰다 보니 조금씩이나마 매일 얻게 되는 작은 성취들에 감사하게 되고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Notion이라는 메모 앱을 통해 정리해두고 있는데 이거 쓰기 시작하고 나니 없을 땐 세상 어찌 살았나 싶다...매일 각 루틴을 얼마나 지켜오고 있는지 체크하고 코딩공부 내용도 여기에 다 정리 중인데 차곡차곡 내 삶의 내공이 쌓여가고 있는 기분이라 뿌듯하다. 그리고 체크리스트를 다 채우고 나서 쉬게 되면 내가 이렇게 놀아도 되냐는 죄책감 없이 마음 놓고 쉴 수 있어 하루를 더 알차게 쓰고 있는 기분이 든다.


    미라클모닝을 시작하기 전에는 무언가 더 가팔라지지도, 더 완만해지지도 않는 인생의 변곡점에 서있다는 생각에 마냥 무기력했었다. 루틴을 시작하고 나서도 가끔은 이걸 매일 한다고 뭐가 내 인생에서 달라질까 싶은 현타가 올 때도 있었다. 그치만 40여 일간 적어온 일기를 돌아보니, 초기에 적어놨던 확언 중에 이미 몇 개 이뤄낸 것도 있고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목표들도 있어서 이렇게 조그만 성취가 이루어지는 하루가 모이면 언젠가 더 나은 내가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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