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 하고싶은 것들의 시간
아이의 쌕쌕 규칙적인 숨소리와 우리 고양이 레오의 귀여운 코골이 소리가 들리는 밤. 나 빼고 우리 가족들은 모두 일찍 잠자리에 드는 편이다. 나는 잠들지 못하는 시간이어도 잠들지 않음으로 이 소리들을 들을 수 있으니 되었다.
적막하다기보단 고요하고, 외롭다기보단 평화롭다.
내가 일찍 잠들진 않아도 아이를 재우기 위해 눕긴 일찍 눕는데 아이가 잠들기까지의 30분에서 1시간의 시간이 항상 고통스러웠다. 나는 졸리지 않은데, 무언가 더 하고 싶은데 옆에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나의 정신과 신체가 수면모드로 돌입하는 것 같달까. 일찍 잠들지는 않지만 어딘가 몽롱해지고 몸의 기운이 쫙 빠진다. 낮이 해야 하는 것들의 시간이라면 밤은 하고 싶은 것들의 시간이다.
침대맡의 의자에 앉으면 밤하늘이 보이는데 이 시간대의 밤하늘은 아주 까맣지는 않고, 어딘가 따뜻한 짙은 파랑의 느낌이다. 낮동안엔 어딘가에 숨어 지냈던 길냥이들도 이 시간만큼은 골목의 주인이 되어 돌아다니겠지. 누군가에겐 무서운 어둠이고, 누군가에겐 그 어느 때보다 나의 세상이 온 것만 같은 시간일 것이다. 의미 없이 핸드폰만 뒤적거리는 시간일지라도 너무나 소중한 시간. 오늘은 꼭 읽다 만 책 한 권을 마저 다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