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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길 Sep 28. 2019

신뢰와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신뢰가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필요성가 어떻게 연결될까? 사실 그 문제는 그다지 생각해 온 주제는 아니다. 주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으로 기업 및 임직원이 재산 및 신체의 자유가 보호될 수 있다거나, 거래기회의 획득이나 거래 유지를 위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해 왔다.

하지만, 때때로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리스크가 그다지 높지 않은 기업의 경우에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구축할 필요가 없겠네요? 그 답을 찾다 보니 기업윤리까지 생각하게 되었고 나름 대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대답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이 좋은 사람을 가까이 하고 나쁜 사람을 멀리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어떻게 구별하는가? 좋고 나쁨에 대해서도 개인적 차원에서 얘기할 수도 있고 사회적 차원에서도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단순한 것은 개인적 차원에서 내게 도움이 될 사람이라고 얘기해도 좋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평가해도 자기에게는 좋은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아주 단기적으로 특정 거래에서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오랫동안 가까이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을 가까이 하면 자기도 위험에 빠질 수 있으니까. 좋은 사람은 내게나 남에게나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얘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설명이라고 생각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도움이 될 것으로 믿음이 가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사람도 때로는 실수도 하고, 의도치 않게 남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리라는 신뢰를 줄 수 있어야 좋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누구나 가까이 하고 싶어 한다.


기업에 대해서 보자면, 역시 신뢰할 만한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익만 앞세워 고객의 피해를 나몰라라 하거나, 틈만 나면 속이려고 들거나 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고객 대응을 위한 제대로 된 업무 절차와 조직을 가지고 있지 않은 기업 역시 신뢰할 수 없다. 어떤 일이 어느 부서에서 어떤 식으로 처리되는지 그 절차가 마련되어 있고, 특히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다면 그 기업은 신뢰의 첫째 관문은 통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실제 어떤 일이든 꾸준히 그 절차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신뢰가 쌓이게 될 것이고 어느 순간 우리는 그 기업을 믿게 된다. 여기서 한가지 짚어야 할 점은 그 기업의 업무 절차와 기준, 정책과 가이드라인 등이 준법과 윤리에 터잡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구성원들이 그 정책과 가이드라인 등에 따라 행동할 것이 기대되는데, 그 내용이 준법과 윤리에 반하거나 무시하는 것이라면 그 행동 역시 마찬가지일테니까.


이렇게 길게 설명하다 보면, 말은 되는 것 같은데 걱정이 앞선다. 컴플라이언스를 설명하기 위해서 이렇게 오래 얘기해야 한다면 어떻게 많은 사람에게 컴플라이언스의 필요성을 납득시킬 수 있을까. 문득 떠오른 생각은, 많은 것을 설명하려고 하지 말고, 어차피 초기 단계라면 아주 단순화시켜서(비록 불완전한 설명이 되겠지만) 표현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항상 내 얘기의 끝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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