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레미 요즘일기]
사업을 하며 배운 첫 번째 교훈은 '세상에 계획대로 되는 일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짜 먹는 땅콩버터'로 사랑받기 시작한 레미레미의 다음 스텝으로 준비한 '굿모닝 프로틴 시리얼'. 1월 출시를 목표로 1년간 지독하게 레시피를 수정했고, 마음에 쏙 드는 샘플까지 확정했다. 하지만 대량 생산이라는 최종 관문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터져 나왔다. 샘플 한 그릇의 완벽함이 거대한 설비 안에서 무너지는 것을 보며 다시 한번 절감했다. 사업이란 정해진 길을 걷는 산책이 아니라, 안개 속에서 매일 새로운 벽을 마주하는 고군분투라는 것을.
스토아 철학에서는 '장애물이 곧 길(The Obstacle Is the Way)'이라고 말한다. 사실 3월 출시를 희망한다고 말은 했지만, 사업가로서의 냉정한 촉은 말한다. 이 파도가 3월에 잦아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제조사와의 치열한 피드백이 오가는 사이 시간은 무섭게 흐르고, 기회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쯤 되면 마음 한구석에 불안함이 고개를 든다. "이 프로젝트에만 매달려 있어도 되는 걸까?" 멈춰버린 시간만큼 브랜드의 성장이 정체될까 두려워지는 밤, 나는 어느새 또 다른 제품의 기획안을 뒤적거린다. 우리 뇌는 본능적으로 익숙한 편안함을 선택하라고 유혹하지만, 나는 의도적으로 이 불편한 고민을 멈추지 않으려 한다. 굿모닝 프로틴 시리얼이 잠시 멈춰 있는 동안, 레미레미가 나아갈 또 다른 길을 미리 닦아놔야 한다는 사업가로서의 본능 때문이다.
이렇게 매 순간이 변수 투성이고 막막한데, 나는 왜 이 고단한 일을 계속하고 있는 걸까.
첫 번째 동력: '고집의 쾌감' 적당히 타협했다면 이미 제품은 시중에 깔렸을 것이다. 하지만 "안 됩니다, 처음부터 다시 합리적인 지점을 찾아봅시다"를 외치며 1%의 디테일을 붙잡을 때 느끼는 그 팽팽한 긴장감이 좋다. 브랜드의 근육은 이런 저항을 이겨낼 때만 만들어진다는 걸 믿기 때문이다.
두 번째 동력: '책임감이라는 이름의 사랑' 작년 12월에 태어난 아이의 숨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가장 강력한 연료를 보충 받는다. 훗날 아이가 자라 아빠가 만든 제품을 먹을 때, "이건 아빠가 수많은 변수 앞에서도 끝까지 타협하지 않고 지켜낸 결과물이야"라고 당당히 말해주는 순간을 상상한다. 내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마음, 그게 어떤 거센 파도 앞에서도 나를 침몰하지 않게 만든다.
결국 1월의 약속은 3월로, 혹은 그보다 조금 더 뒤로 미뤄질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일정 관리에 실패했다고 말할지 모르나, 나는 이 '지연'을 통해 우리 브랜드가 한 층 더 단단해지고 있다고 믿는다.
오늘도 나는 제조사에서 온 샘플 박스를 뜯으며 또 다른 변수를 마주하고, 동시에 다음 제품의 스케치를 시작한다. 예전처럼 당황하지 않는다. 이 파도를 넘으면 훨씬 더 깊고 넓은 바다가 기다리고 있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