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수행평가는 부로로서 바로보는 것만으로도 힘들다.
말로만 듣던 고등학교 수행평가의 폭탄 세례,
그 말이 현실로 다가온 요즘, 부모로서의 마음이 참 복잡합니다.
기말고사 준비만으로도 벅찰 시기인데, 그 와중에 이번 주에만 수행평가가 무려 다섯 개.
하루하루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큰아이는 새벽까지 책을 붙잡은 채 에너지드링크에 의존하며 버텨냅니다.
책상 위에 놓인 빈 캔, 다 쓴 형광펜,
한 장 두 장 쌓여가는 정리 노트들을 바라보며
‘이 아이가 이렇게 치열하게 시간을 살아가는구나’ 싶은 마음에
괜히 목이 메어옵니다.
평일엔 수행평가 발표 준비, 실습 과제, 발표 영상 촬영까지 겹쳐
정작 시험공부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을 듣고서야
이 시기가 단순한 학업의 시간만은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수행평가는
조금 미뤄도, 다소 부족해도 괜찮다며
느긋하게 접근하던 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선 딸아이에게
수행평가는 성적 그 이상의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무대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모습이 초보 고등학생 부모인 저에겐 이 모든 게 낯설고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그동안 지켜봤던 중학교 시절의 수행평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긴장감과 살벌함이 느껴지는 지금.
“조금만 쉬었다 해.”
“하루 이틀 더 공부한다고 세상이 바뀌는 건 아니야.”
말을 건네고 싶지만,
스스로 하겠다는 아이의 눈빛이 단단해 보여
그저 뒤에서 물끄러미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걱정이 큽니다.
잠을 줄이고, 식사도 거르면서, 모든 걸 쏟아붓는 모습이
마냥 자랑스럽지만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모든 과정을 겪으며
딸아이는 스스로의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걸 알기에,
저 또한 조심스레 부모로서의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아이가 겪는 치열함과 긴장, 성장의 통증,
그 모든 과정이 훗날 이 아이만의 단단한 뿌리가 되어줄 거라 믿으며
오늘도 저는 부모로서 곁을 지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