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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부모라서 미안해 Vol.7

“아빠, 나 대학 갈 수 있을까?”

by 파사리즘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는 어느 날 저녁, 큰아이가 내게 다가와 조심스레 묻는다.
“아빠, 나… 대학 갈 수 있을까?”

그 질문은 너무도 조용히, 그러나 묵직하게 내 마음속에 파문을 일으켰다.


충분히 할 수 있는 고민이지만, 아이는 이제야 고등학교 1학년.

이 시기에 대학이라는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쩐지 안타깝고, 또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내가 좋은 고등학교에 보내려 했던 이유는 대학 입시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나는 그저 이 시기만의 추억과 경험,
인생에서 가장 반짝이는 순간들을 아이가 온전히 누리길 바랐을 뿐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입시는 고3에서만의 시간이 아닌,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그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이의 얼굴엔 피로와 고민이 뒤섞여 있다.
나는 그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말한다.

“반드시 1등일 필요는 없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오늘의 1등이 내일의 1등이 아니란 걸 알게 될 거야.”

그러나 그 말은 오늘의 무게를 지고 살아가는 아이에게

큰 위로가 되지 못하는 듯하다.
조언이 아니라 결과를 해결해주는 확실한 무언가를 원하고 있는 눈빛.
그 앞에서 나는 부모로서 무력함을 느낀다.


나는 초보 부모다.
살아온 나의 경험이 아이에게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
세대적 단절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정답을 안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 정답이 지금 이 아이에게 통용되는 보편적 진리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어렵게 다가온다.


나는 여전히 해답을 찾고 있다.
어떻게 말해야 상처를 주지 않을지,
어떻게 다가가야 아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 무겁게 해줄 수 있을지.

하지만 오늘도 나는 부모로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지금 당장은 힘들지라도,
내가 끝까지 아이의 편에 서 있다는 것만큼은
한 번도 흔들림 없이 전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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