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는 아시다시피 스페인의 수도이다.
또 이베리아 반도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바르셀로나와는 전혀 다른 기후 조건을 가졌다. 특히 5 년 전 5월에 방문했을 때는 크게 차이를 못 느꼈는데 이번에 여름 초입인 6월 말에 방문해 보니 바르셀로나는 제법 선선했던 반면 마드리드의 기온은 상당히 높았다.
다만 우리의 여름과 다른 점은 고온이지만 습도가 높지 않아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끈적거림이 없었다. 다만 햇빛이 뜨겁다는 느낌뿐이어서 견딜 만했는데 피부에는 상당히 안 좋아서 어느 날 팔뚝을 보니 우리나라 겨울과 같이 많이 거칠어져 있었다. 유럽이나 미국 서부지역 같이 고온 건조한 곳으로 갈 때는 수분 크림 등을 반드시 가지고 가서 아침저녁으로 발라주지 않으면 피부가 상당히 거칠어진다.
바르셀로나와 마찬가지로 마드리드역시 광장 문화이고 광장마다 녹지와 앉을 수 있는 많은 벤치 그리고 식용이 가능한 수도 시설이 잘 되어 있다. 이런 곳에서 쉴 때마다 현지인들이 지나가면서 물을 마시고는 반드시 물을 다리나 팔등에 적셔주는 것을 보았다. 나는 단지 더워서 그러는 줄 알았는데 피부가 너무 건조해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이 더 강한 것 같았다.
스페인을 방문해서 대표적인 두 도시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를 여행해 본 사람들은 아마도 마드리드보다는 바르셀로나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나는 2번 방문했는데 이때같이 동행한 내 아내와 아들도 모두 바르셀로나가 더 좋다고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바르셀로나를 더 좋은 관광지로 생각한다는 증거 중 물가 수준도 있다. 내가 두 도시를 다녀 보면서 느낀 점은 물가 그중에서도 관광 물가 수준이 바르셀로나가 마드리드 보다 더 높았다.
그런데 내 개인적으로는 마드리드가 더 좋았다. 무언가 더 정돈되어 있는 것 같고, 더 고급스럽고, 화려하고 그러면서도 문화가 살아있는 도시이다. 아마도 전원적인 것보다 화려한 도시를 더 선호하는 내 취향 때문일 수도 있으나 5 년 전 처음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좋은 인상을 받았다. 두 도시의 시민들의 모습은 바르셀로나 시민들이 자유로운 캐주얼 풍의 느낌이라면 마드리드 시민들은 양복 정장 느낌이다. 나중에 ‘꽃보다 할배’에 출연한 이서진 씨가 프랑스 파리만큼 마드리드가 좋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는데 내 생각과 같아서 반가웠다.
마드리드의 매력은 단순한 화려하고 번잡한 도시만이 아닌 전혀 예상치도 못한 녹지 공간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것도 상당히 넓은 공간이고 도심 중앙에 자리 잡고 있고 그곳에는 수령이 오래된 아름드리나무들이 빽빽이 조성되어 있어서 하늘을 가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내가 가본 중에서는 변산반도 내소사의 전나무숲길이 최고였는데 이곳 마드리드에서는 복잡한 도심 한 가운데서도 잠시만 눈을 돌리면 그 정도 수준의 멋지고 웅장한 녹지 공간들이 나타난다. 한 낮에 도로와 인도는 우리 여름과 같이 뜨겁게 달구어져 있는데 이런 녹지에 들어서면 공기가 전혀 틀렸다. 마치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 같이 습도가 높으면 아무리 뜨거운 태양을 차단하여도 후덥지근하기 마련인데 이곳의 낮은 습도는 태양만 차단하면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를 제공하였다.
이런 녹지 역시 많은 벤치가 조성되어 있어서 잠시만 앉아 쉬어도 더위에 지친 몸을 금방 회복할 수 있었다. 또 현지 마드리드 시민들도 벤치에 앉아서 책을 본다거나 같이 산책을 하는 등의 망중한을 즐기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대도시의 중앙 부분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이 상당히 부러웠다. 이런 면에서 마드리드 시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높은 수준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중에 다른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스페인이 얼마나 사람들 특히 관광객들에게 훌륭한 휴식 공간을 많이 조성해 놓았는지 느끼게 되면서 그리워진다.
또 하나 특이했던 점은 낮의 뜨거운 태양 열기로 도로가 달구어 질대로 달구어 졌는데도 밤이 되면 우리나라 같은 열대야 없이 바로 시원해진다. 짧은 체류기간이었지만 내 생각에는 숙소가 있는 그랑비아 거리를 제외하면 도로들이 좁고, 특히 골목길은 더 좁아서 주변 건물의 그늘이 항상 드리워져있어서 태양에 달구어 지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나라 같이 지열이 심하지 않았고 그나마 해가 지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 싶게 지열이 없어진다. 여기에 더해서 앞에서 말한 녹지의 시원한 공기가 뜨거워진 대기를 바로 희석시켜 주는 것 같았다. 사실 그랑비아 거리만 우리나라 강남의 대로 수준으로 넓어서 도로가 달구어져 있었는데 그나마 이 도로도 길이가 약 1.5Km 정도밖에 안된다. 대부분의 집들은 낮에 커튼을 닫아서 뜨거운 태양을 차단하고 밤이 되면 바로 창문을 열어주는데 열린 창문으로 어느새 식어진 공기가 시원하게 들어왔다.
마드리드의 관광지는 크게 2군데로 서쪽에는 왕궁이 있고, 동쪽에는 유명한 프라도 미술관이 있다.
왕궁은 내가 본 것 중 에 러시아 상떼뻬제르부르크에 있는 겨울궁전인 에르미타쥬와 같이 가장 멋지고 인상적인 곳이었고(무엇보다 무척 화려하고 고급스러움) 돈키호테 동상이 있는 스페인 광장과 화려함의 극치인 마요르 광장이 나를 압도하였다.
프라도 미술관은 그 자체로도 세계 3대 미술관중의 하나일 정도로 대단하지만 주변에 있는 레띠로 공원과 식물원 그리고 시벨레스 광장 앞에 자리한 중앙우체국 건물도 너무나 예술적인 작품들이다. 앞에서 언급한 내소사 전나무 숲길을 연상시키는 녹지 공간도 시벨레스 광장에서 프라도 미술관까지의 남쪽 길에 넓게 조성되어 있다.
나에게 마드리드는 중세의 멋이 살아있으면서도 화려한 카스티야 왕조의 유물들과 현대적인 멋진 느낌, 그리고 몇몇 거대한 문화 공간, 여기에 멀리 시 외곽 전원에서나볼 수 있는 인상적인 공원등을 모두 갖춘 그야말로 최고의 도시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