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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프롤로그

by Jason

프롤로그


아들이 대학교에 입학한 2013년은 우리 부부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해일 것이다.

누군가는 쉽게 들어가는 대학을 사춘기 때 많이 방황했던 아들은 정말 천신만고 끝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2008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와서 공백기도 가졌다가 다시 시작한 공부이니 정말 가능성이 낮은 상태였는데 아들은 과거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정말 열심히 또 집중력 있게 노력한 결과 우리 부부가 감히 상상하지도 못한 좋은 대학에 합격하였고, 이걸로는 만족하지 못했는지 입학 장학금까지 받아왔다.

이렇게 큰 한방을 터뜨려 아들은 과거 3-4년간의 험난했던 사춘기를 만회했지만 정말 지금 다시 생각해도 그 힘들었던 시기는 끔찍했던 것 같다.

그러나 비 온 뒤에 땅 굳는다는 말 같이 이 시기를 겪으면서 아들은 성큼 성장했고 지금의 아들을 보면 내가 그 나이 때를 돌아보아도 나보다 훨씬 성숙해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또그 시기를 겪으며 부모인 아내와 나도 많은 시행착오를 통한 깨달음으로 한 단계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나도 뒤늦게 다니게 된 교회에 그다지 진지하지 못했는데 얼마나 다급했던지 이때 새벽기도라는 것을 나가보기도 하였다. 그것도 장장 40일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때 이후로 또 지금까지 새벽기도를 다니지 않았으니 그때 정말 나로서도 상당히 급했던 모양이다. 그런 이기적이고 얄미운 나에게도 하나님은 응답을 해 주셨고 또 많은 축복을 주셨다. 이런 은혜들이 모여서 아들에게 그렇게도 큰 기적과 같은 축복이 일어났다고 나는 굳게 믿고 있다.

나는 여행을 좋아했고 그중에서도 해외여행을 통해서 책에서 배우지 못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딸과 아들은 아빠와 함께 어려서부터 많은 해외여행을 다니게 되었고 그 흔한 조기 유학이나 언어연수 대신에 여행을 통해서 외국의 다른 문화를 배우게 되고 또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게 되었다.

우리 집의 성인식이란 성인이 된 해 (보통 고등학교 졸업한 시기)에혼자 약 1개월간의 해외 배낭여행을 다녀오게 하고 성공적으로(?) 이과정을 마치면 성인이 된다. 그런데 먼저 다녀온 딸에게서 내가 느낀 점은 1개월밖에 안 되는 기간인데도 혼자 외국을 다녀오면 갑자기 어른이 되어서 나타나게 된다. 그야말로 진정한 성인식인 셈이다.

아들 역시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음에도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이 성인식을 하게 하였다. 고등학교 졸업 시 이미 유창한 영어실력을 자랑하던 누나와 달리 전혀 영어공부를 안 했던 아들은 언어 소통에 자신 없어했으나 내가 강행시켰다. 이런 아빠에게 아들은 내심 고마워했고 많은 우여곡절과 위기(?)가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누나와 같이 훌륭한 성인이 되어 있었다.

이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2013년 대학에 입학하자 아들은 여름방학 때 약 2개월간 유럽을 배낭여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오랜 기간 준비하고 있었다. 그동안 세뱃돈이나 여기저기 친척들한테 받은 돈들을 모으고 비행기표는 엄마에게 스폰을 받고 그러고도 부족한 부분은 알바를 통해서 충당하면서 자금 문제도 해결된 것 같았다. 그런 아들의 혼자만의 배낭여행에 어쩌다 보니 아빠인 내가 같이 동행하게 되었다.

막상 이렇게 되자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여행 다니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단 둘만의 여행이란 항상 많은 갈등을 유발시키며 친한 친구 간이라도 단 둘이 여행을 갔다가 사이가 나빠져서 오는 경우가 태반이고 심한 경우에는 귀국 시 다른 비행 편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가장 힘들다는 부자간의 단 둘만의 여행이란 잘못하면 평생 다시는 기억하기도 싫은 나쁜 기억을 남길 수도 있다. 이 문제로 걱정하고 있을 때 하나님은 나에게 해결책을 주셨다. 이 해결책으로 나는 아들과의 50일간의 유럽여행을 무사히 마쳤으며, 지금도 아들과 가끔 차 한잔을 마시면서 3년 전 유럽 여행 이야기 꽃을 피우고 앞으로 한번 더 기회를 만들어서 다시 한번 다녀오자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아들과의 단 둘만의 50일간의 유럽여행으로 내 친구들을 위시한 주위의 사람들은 나를 부러워했는데, 사실 내가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들과의 여행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아무런 문제없이 다녀왔고 지금도 그 시절을 그리워할 정도로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는 사실일 것이다.

내 친구들은 나의 여행에 자극받아서 본인들도 아들들과 여행을 가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같이 간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것 같다. (심지어 어떤 친구는 아들에게 거액의 반대급부를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자 모든 친구들이 아버지를 모시고(?) 여행 다녀온 나의 아들을 칭찬하였는데, 물론 나도 동감하는 부분이지만 아버지들도 변하지 않으면 아들과의 성공적인 여행은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도 별생각 없이 여행을 떠났는데 여행 중 만난 많은 외국인들이 부자간의 여행을 신기해하고 부러워했으며, 특히 마지막 여행지인 영국 런던의 공항 이민국 직원들은 우리 부자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면서 우리 부자간의 여행이 큰 화젯거리가 될 만큼 특이하다고 생각하고 또 상당히 부러워했다.


우리나라는 최근 가족 간의 소통 부재가 큰 문제이고 그중에서도 부모 자식 간의 소통 부재 및 그로 인한 갈등이 큰 가정 문제로 대두되곤 하는데,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그 문제를 돌린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양쪽 모두 문제이고, 그중에서도 부모 쪽이 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부모 중에서 굳이 점수를 매긴다면 역시 아버지 쪽이 더 문제가 많고…


이제 50일 동안의 여행을 읽으시면서 여행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우리의 일정이 많은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하고, 또 여행 중 일어나는 갖가지 에피소드와 외국인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내가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기존 책에서 본 것 과는 다른 이들의 문화나 역사 등을 공유하실 기회도 되겠고, 자식과의 갈등으로 고민하시는 많은 부모님들에게는 이 기행문에서 느낄 수 있는 부자간의 관계 및 서로에 대한 노력과 배려 등을 통해서 자식과의 소통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정말 큰 보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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