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기상했다.
어제 하루 종일 여행 다니느라 피곤했을 텐데 무엇보다도 날이 시원하고 공기가 워낙 맑아서 몸의 컨디션이 좋은 것 같다.
샤워를 하고 로비로 나가서 아침 식사를 했다. 간단한 조식 뷔페지만 유럽 여행 중 많은 유럽 사람들이 이곳에서 아침을 먹는 모습을 보니 대부분 빵의 가운데를 자르고 버터를 듬뿍 바르고 뷔페 식단에 있는 소시지와 햄과 치즈 등을 가득 채워서 먹고 있었는데 먹는 양도 상당했다. 이곳 덴마크는 모두들 체격이 커서인지 이렇게 먹는 빵의 양도 많았다.
어느덧 아들은 금방 배워서 이렇게 유럽 사람들과 똑같은 방식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사실 아들의 체격은 이곳 북유럽 사람들과 비슷한 것 같다. 비슷하다기보다는 이곳의 사람들의 체격이 상당해서 아들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았고 오히려 살짝 작아 보였다.
배불리 아침을 먹었는데 나는 신선한 요구르트와 우유 그리고 과일 등을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커피를 한 잔씩 하면서 아침 식사를 마무리하고 아들이 오늘 간단한 여행 일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오늘은 뉘 하운 항구와 2개의 성을 본다고 하고 시간이 남으면 어제의 스트뢰에 거리를 다시 가 본다고 한다.
다시 어제와 같이 호텔을 나와서 앞의 큰길을 무단 횡단하고 역에서 전철을 타고 중앙역으로 갔다. 스트뢰에 거리를 지나서 아들이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서 쭉 걸어 내려가니 파스텔 톤의 예쁜 색의 집들이 모여있는 동네가 나타나는데 이곳이 뉘 하운 항구이다.
원래 코펜하겐의 관문 역할을 하던 항구라 하는데 과거에는 선원들이 일과를 마치고 둘러앉아 술을 마시거나 식사를 하던 곳이 지금은 운하 유람선의 출발지이고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명소가 되었다.
이 운하 유람선은 약 1시간 정도 코펜하겐의 주요 볼거리를 돌아다닌다고 하는데 지금도 이 배를 못 타본 것이 아쉽기만 하다.
또 이 항구에는 많은 카페들이 줄지어 있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식사와 음료수 들을 즐기는 장소이다.
아들과 나도 여기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이곳의 분위기에 흠뻑 빠졌다.
예쁜 색들의 집들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암스테르담에서부터 눈에 익은 북유럽의 특색인 것 같아서 이색적인 모습이었다. 사실 나는 이런 종류의 사진을 볼 때마다 유럽에 대한 동경이 마구 피어올랐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더 이런 광경을 좋아하는 것 같다.
맥주를 다 마시고 일어서서 근처에 있는 아말리엔 보리 궁전으로 향했다.
이곳은 여왕이 살고 있는 덴마크 왕실의 주궁으로서 원래는 4명의 귀족이 거주하던 건물이었는데 왕의 궁전이 불에 타서 거주할 곳이 없어지자 왕실에 내어 주었다고 한다. 자발적이었는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내어주었는지 모르겠지만 유럽의 다른 나라와는 분명한 차이점이 내 눈에는 보였다. 즉 남유럽에서부터 시작되어 중부 유럽과 동유럽을 거쳐오는 동안 줄기차게 이야기했듯이 방어를 위해서 모든 성들이 높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곳만은 바닷가를 끼고 있는 널찍한 평지에 자리 잡고 있었다. 4개의 왕궁 건물이 사각형 모양을 형성하고 있고 가운데 넓은 정원에 기마상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 여왕이 머물 때는 덴마크 국기가 게양된다고 한다.
궁전 앞에는 기마상이 있고 또 이곳의 근위병들은 곰털모자를 쓰고 있는데 근위병 교대식이 유럽에서 가장 멋지다는 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아마 오전 11시 30분경 교대식을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보다 늦은 시간이어서 보지 못 하였다.
이 궁전에서 바로 바닷가로 나갈 수 있다.
바닷가에서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오페라 하우스의 모습이 보인다.
5억 달러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을 투입한 이곳은 세계적인 에너지 운반 해운회사인 머스크(Maersk)사의 공동창업주들의 후원으로 이루어졌고 2000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바다 건너에서 보는데도 너무 웅장한 모습이 위압감을 더하고 있었다.
이곳 시원한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주변에 보이는 많은 전경들이 안구를 정화해 주는 느낌이다.
이제 이곳에서 다시 아말리엔 보리 궁전 방향으로 향해서 또 다른 궁전인 로센보르(Rosenborg) 궁전으로 가기로 했다.
가는 도중에 아까 본 아말리엔 보리 궁전 맞은편에 프레데릭스 교회가 보였는데 상당히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복음 루터교의 건물로 사용된다고 하는데 위의 둥근 지붕은 상당히 눈에 익다. 왜냐하면 이 건물을 지을 때 바티칸 국의 성 베드로(산 삐에뜨로) 성당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 성당을 지나서 위로 조금 더 올라가면 로센보르 궁전을 만나게 된다.
이 궁전은 1710년까지는 왕실의 주된 거처로 사용된 곳이며 그 후 앞에서 말한 대로 왕실의 궁전이었던 크리스티안스보르 성이 불에 탔을 때와 1801년 영국이 코펜하겐을 침입했을 때 임시 왕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왕궁도 앞에서 보았던 아말리엔 보리 궁전같이 언덕 위가 아닌 평지에 건설되어 있다. 그리고 이 왕궁은 왕궁 건물보다는 정원이 넓은 부지에 잘 조성이 되어 있는 곳이다. 지금도 왕궁 건물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잘 정리되고 가꾸어진 정원이 선명하게 생각난다.
이 성의 위쪽에 또 식물원(Botanic garden)이 있어서 같이 한번 둘러보았다.
이렇게 많은 시간 식물로 우거진 정원을 둘러보는 것은 마음이 좋게 힐링되었을 뿐 아니라 좋은 공기 덕분인지 몸도 너무 가벼워진 느낌이 들 정도로 좋아졌다.
이곳에서 다시 어제 갔던 코펜하겐의 중심이면서도 화려한 거리인 스트뢰에 거리로 걸어왔다.
아들도 이곳에서 어제 못했던 쇼핑을 마무리하고 나도 돌아다니다 보니 이스라엘 사해에서 추출한 각종 미네랄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들을 싸게 세일하는 곳이 있어서 정말 저렴하게 많은 것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이제 저녁을 먹고 코펜하겐의 마지막 관광을 마무리하려고 한 식당에 들어섰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주문을 받지 않는다. 옆에서 지켜보던 코펜하겐 주민인 부부가 우리에게 이곳의 시스템은 중앙에 있는 안내 데스크에서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있으면 가져다준다고 가르쳐 주었다. 친절하기도 하고 북유럽의 모든 도시들처럼 대부분의 시민들이 영어에 능통해서 편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나는 시저 샐러드를 그리고 아들은 라자냐를 주문했고 음식이 나와서 먹으려고 하면서 내가 다시 이 부부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당신들 아니면 오늘 하루 종일 이곳에 앉아있을 뻔했다고 농담하자 웃으면서 이곳 코펜하겐의 모든 식당의 시스템은 같으니 참조하라고 하면서 나가셨다. 그런데 아쉽게도 더 참조할 것이 없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식사비는 신기하게도 어제와 같은 228 크로네였다.
숙소에 도착해서 해가 늦게까지 있는 이곳에서 정원에 나와서 마지막 밤을 즐겼다.
처음 경험한 코펜하겐은 남유럽과 같이 많은 유적지가 있지는 않았지만 북유럽 특유의 문화와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인상적인 도시였다. 무엇보다도 8월 한여름에 어울리지 않는 시원함은 큰 축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