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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Jul 05. 2016

62. 런던 둘째 날 (첼시구장투어)

런던 둘째 날 (첼시 구장 투어)


아침에 일어나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아침 준비를 하시던 할머니가 활짝 웃는 얼굴로 미소를 띠며 아침 인사를 하신다.  정말 좋은 분이시다.

먼저 스코틀랜드는 어떤지 물으셨다.  이틀에 걸친 일정을 간략히 이야기하니 정말 좋았겠다고 응답해 주셨는데 우리가 사무적으로 흔히 하는 영혼 없는 멘트가 아니다.

오늘 일정을 물어보시기에 오전에 첼시 축구장 투어를 간다고 하니 깜짝 놀라시면서 축구를 좋아하냐고 물으셨고 한국의 축구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셨다.  축구 이야기가 나오자 아들은 갑자기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리버풀 구단에 대해서 전문가와 같은 수준의 멘트를 날리고 있었다.  할머니는 놀라시는 것 같았고…  아들의 영어는 거의 절정에 달한 듯 막힘이 없었다.


이야기하는 중에 출근 준비를 하던 남편 분을 소개하여 주셔서 인사를 나눴다.  국회가 일터라고 하시는 걸 보면 아마도 우리 식으로 말하면 국회 사무처에서 일하시는 것 같았고(설마 국회의원?) 연세가 상당히 많으신데도 정력적으로 일하시는 것 같았다.  다만 우리가 식사하고 있는데 굳이 구두를 부엌에 가지고 오셔서 구둣솔로 먼지를 털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한 말씀하실 것 같았는데 아무 말씀이 없는 걸 보면 영국에서는 흔히 이렇게 하는 모양이었다. 내가 보기에 두 분 모두 교양이 없으신 분들이 아닌데 우리와는 다른 문화라고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이야기 중에 처음 보는 여성이 들어왔는데 딸이라고 하시면서 소개해 주셔서 인사를 나눴다.

우리나라 여성 기준으로 보면 딸의 나이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아무리 젊게 보아도 30대 중반 정도는 되어 보였다.  아마도 결혼 안 했던지 아니면 돌싱녀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쯤 되자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남한테 이렇게 관심이 많은 것이 전형적인 한국인 아닐까 생각된다.  아마도 영국인이었으면 남의 개인적인 일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 같다.


아무튼 갑자기 많은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할머니 질문에 답하느라 빵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고 있다가 세분이 모두 부엌에서 나간 이후에 아들과 식사다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첫날에도 그랬지만 할머니와 딸은 각자 먹을 것을 챙겨서 방으로 가고 식탁은 우리가 차지하도록 해 주셔서 상당히 송구스러웠다.


식사 후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할머니한테 이야기한 대로 오늘은 첼시 구장 투어를 가는 날이다.  이번 유럽 배낭여행 계획을 짜고 있는 아들에게 유럽의 축구장 투어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더니 흥미를 느끼는것 같았다.  결국 스페인에서 레알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를 구경하였고 마지막 런던에서 첼시 축구장 투어를 계획하였다.  그런데 스페인과 다르게 첼시의 경우는 미리 시간에 맞추어서 예약을 하면 약 30명 정도만 한 팀으로 해서 첼시 구단 관계자가 직접 인솔하고 다니면서 설명도 한다고 한다.  아들은 한국에서 이미 예약을 한 모양이고 시간은 오전 11시였다.


첼시 구장은 지하철을 타고 Fulham Broadway역에서 내리면 된다.  앞에서 영국 영어와 미국 영어의 차이점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지하철도 영국에서는 Subway가 아니고 Underground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플햄 브로드웨이 역은 새로 지은 역처럼 상당히 깨끗해서 서울의 신도시인 분당이나 일산의 지하철 역을 연상시켰다.

역에서 나오면 쉽게 첼시 구장으로 가는 안내판이 사방에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가는 방향대로 가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고 표지판도 없어서 구장 찾아가는데 은근히 헤매기도 했다.


드디어 첼시 구장이 그 모습을 나타냈다.

아직 11시가 되기에는 많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거의 없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두리번거리기도 했는데 ‘Stadium tours and Museum’ 입구가 보여서 그곳으로 가서 시간이 될 때까지 구경하기로 했다. 

이곳에는 유니폼과 티셔츠 그리고 유명 선수들 브로마이드 각종 우승컵 그리고 우승 당시 선수들의 사인이 들어간 유니폼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중에는 리버풀의 엘 블렘도 있었는데 아들은 당연히 그 앞에서 사진을 찍었고…  

무엇보다 그 당시 이 팀의 메인 스폰서는 삼성이었다. (지금은 일본의 요코하마 타이어) 따라서 유니폼 앞면에는 삼성이 쓰여 있었고 메인 칼라도 삼성과 같은 푸른색이어서 잘 매치가 되었다.

유럽의 유명 축구팀 스폰서는 금액이 비싼 대신에 홍보 효과는 상당히 큰 것 같다.  남부 유럽 여행 다닐 때부터 관광객 중에서 첼시 팬들이 첼시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경우가 제법 눈에 띄었는데 거기에도 삼성이 크게 쓰여 있어서 많은 홍보가 될 듯했다.  


11시가 가까워져서 밖으로 나가보았더니 사람들이 제법 모여 있었고 동양계는 나와 아들밖에 없었는데 11시 다 되어서 중학생 아들 2명과 함께 한국인 엄마가 와서 반가웠다.  잠시 후 첼시 관계자 2명이 나타나서 이름 확인 후 출입증 목걸이를 나눠주었는데 이 한국인 엄마와 아들은 제지를 당하였다.  11시 30분 투어 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11시 투어에 들어가려 했던 모양이다.  결국 다들 유럽 사람들이고 유일한 동양계는 나와 아들 두 사람뿐이었다.


일단 안에서 자리에 앉히더니 간단한 자기소개와 약 30명에 달하는관람객들에게 일일이 질문하면서 간단한 각자 소개를 하도록 했다.  우리 차례가 와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대뜸 메인 스폰서인 삼성이 한국 회사임을 언급하고 감사를 표했다.  덕분에 다른 유럽인들의 부러운 눈길도 받고…

나한테 첼시를 응원하는 것이 맞냐고 물어봐서 당연히 그렇다고 하였다. (사실은 맨유인데)  아들한테도 질문하길래 내가 짓궂게 이 사람은 첼시가 아니고 리버풀의 열렬한 팬이라고 이야기하자 이 관계자가 정색을 하고 아들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진짜 리버풀의 광팬인 아들은 첫 번째가 리버풀이고 두 번째는 첼시라 하자 관계자는 두 순서가 바뀌어야 한다고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관람객의 소개가 끝난 후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혹시 맨유의 팬이 있으면  지금 당장 나가 달라고 이야기하는데 어디까지가 농담이고 어디까지가 진담인지 알 수가 없었다.  벌써부터 영국의 광적인 축구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여담으로 구단주인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요트를 소유하고 있다고 이야기했고 첼시 구단을 인수한 후 구장 옆에 있던 작고 남루한 호텔을 매입하여 상당한 고급으로 리모델링을 했다고 한다.(내가 직접 보니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고급스런 호텔이었음)  그 당시는 왜 이 호텔을 매입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 후부터 첼시에 원정오는 팀들은 모두 이 호텔에 묵는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버는 수입을 그대로 첼시 구단에 다시 투자한다고 한다.  원정팀 입장에서는 배가 아픈 상황이지만 바로 구장 옆에 있는 고급 호텔을 두고 멀리 있는 다른 호텔에 묵기는 힘들 것 같다.

또 이 지역에서 더 가면 그 유명한 윔블던 구장이 있는데 여기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모든 참가 선수들이 이 호텔에 묵는 관계로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내가 알기로는 이 구단주는 재산이 90억불 (약 10조원)에 달하는데 이렇게 돈을 잘 버는 사람은 무엇이 달라도 다른 것 같다.  


그리고는 바로 프레스 센터로 우리를 데려가서 이곳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일일이 사진 찍을 시간을 주었다.  우리가 TV에서 보던 경기 후 인터뷰가 행해지는 곳이다.

이제 이곳을 지나서 원정팀 락커로 우리를 안내했고 설명을 했는데 이때 영국인들의 특성답게 모든 말에 유머를 섞어서 이야기했다.  때로는 위험한(?) 수준의 유머였는데 예를 들면 원정팀 락카의 바닥은 상당히 미끄럽다고 이야기했다.  주된 목적은 이들이 미끄러져 넘어져서 부상을 당하면 첼시에게 유리하고 특히 메시가 허리 부상을 당하면 얼마나 첼시에게 이득이 되겠냐는 말을 서슴지 않고 했다.  참고로 관람객중에는 스페인 사람들도 있었다.  벽에는 정말 초라하고 작은 거울 하나가 걸려 있었는데 이 거울은 딱 2명을 위해 있다고 했다.  한 명은 멋쟁이인 호날두이고 또 한 명은 누구라고 이야기하는데 나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모두들 폭소를 터뜨리는데 나만 못 웃고 있었다.  아들을 보니 웃고 있어서 그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어느 팀의 선수인데 못생긴 걸로 유명한 선수라고 한다.

첼시 구단의 홈팀과 원정팀의 라커는 너무 차이가 났다.  진짜 원정팀 라커는 그냥 앉아있을 공간만 있는 듯하다.  벽에도 옷장은 없고 달랑 옷걸이만 설치되어 있었다.


반면에 원목으로 옷장이 만들어져 있는 홈 팀 라커는 상당히 화려했다.  사람들은 모두 좋아하는 선수들 유니폼을 배경으로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다. 

화장실과 샤워실도 깨끗하게 잘 만들어져 있었는데 여기서도 원정팀과는 격이 달랐다.

이후 구장으로 데리고 나갔는데 스페인의 두 구단과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아담한 규모의 구장이었다.  약 3만명 정도를 수용하는 규모인데 아담하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

잘 정돈된 구장을 보고 선수들 의자나 VIP관중석에도 앉아보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스페인 구장들을 볼 때도 느낀 것이지만 선수들이 앉아있는 의자들은 정말 푹신하고 고급스러운 의자들이었다.  하긴 이 친구들 몸 값이 얼마인데?

마지막으로 기념품 파는 곳으로 우리를 안내하고는 이들의 임무는 모두 끝났다.  모두들 기념품 가게에서 많은 쇼핑들을 하는 듯했고 아들과 나도 티셔츠 하나씩 사고  첼시 머그컵도 구입했다.


 모든 투어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 인근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들이 티켓 구매시 옵션으로 점심까지 신청했는지 식사 쿠폰을 줘서 레스토랑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고급스러운 식당이어서 쿠폰으로 식사할 수 있는지 재차 물어볼 정도였다.  친절하게 자리로 안내해 주었고 우리가 주문할 수 있는 3가지 메뉴를 가르쳐 주었다.  바로 옆 테이블에서 어떤 사람이 스파게티를 먹고 있었는데 우리가 코펜하겐에서 경험했던 엄청난 양이었다.  아들과 나는 동시에 스파게티로 결정했는데 막상 우리것은 옆 테이블의 것과는 다른 일반적인 양의 스파게티였다.  그 순간 얼마나 좌절했는지...ㅎㅎ  언제 다음 식사를 할 지 모르니 먹을 수 있을때 많이 먹으려는 마치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들과 다름없는 식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도 우리나라보다는 많은 양이었고 디저트로 작은 케이크와 커피까지 주어서 상당히 호사스런 식사를 하였다.  배도 너무 불렀고... 아마 옆 테이블과 같은 양이었으면 다 못 먹었을 것 같다.


오늘 구경한 첼시 구장은 스페인의 구장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구장도  두 명문 구단에 비하면 아담했다.  무엇보다도 관계자 2명이 직접 나와서 유머를 곁들인 상세한 설명은 너무 좋았다. 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맨유라고 줄여 부르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곳 관계자가 계속 맨유라고 하는 것을 보면 영국에서 그렇게 줄여 부르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번 유럽 여행에서 3곳의 명문 구장들을 둘러보았는데 수익사업을 무궁무진하게 창출해 내는 느낌이다.  이런 구장 투어도 아마 만만치 않은 수익원이 될 것이고 특히 기념품 판매에서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예전의 어떤 자료를 보니 세계에서 가장 자산가치가 크다고 하는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은 경기 입장료 수입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가 채 안되었던 걸로 기억한다.(우리나라에 비하면 엄청난 규모의 입장수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대부분 70-80% 이상으로 알고 있다.  물론 우리와 다른 점이 중계권료 수입이 엄청나다.

여기에 더해서 끊임없는 수익원을 창출하고 마케팅 능력의 향상으로 선수들에게 엄청난 연봉을 지급하면서도 그보다 훨씬 큰  이익을 올리는 이들 구단과, 경기장 입장 수입 외에는 뚜렷한 수익원을 개발하지 못해서 만성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성적을 위하여 몇몇 선수에게 많은 연봉을 지급하는 한국의 구단과는 프로구단이라는 개념부터 완전히 다른 것 같다.

물론 궁극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구단을 지향하는 유럽 구단들의  접근 방식이 당연히 맞는 개념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이들은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모든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언제까지 한국의 축구 지도자나 구단 관계자가 국민들에게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경기장에 와 달라는 소리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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